중국, 청정에너지 주도권 강화 속에 미국 기후기업들은 유럽과 아시아로 이탈

중국은 풍력 터빈과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지난해 기준 미국의 3.25배 규모로 늘렸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근거로 재생에너지 세액공제(ITC·PTC)를 최대 90%까지 줄여 미국 기후 기술 기업들의 ‘탈미국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난 5일(현지시각) 에너지 리포터가 보도했다.
◇ 중국, 전략적 지원으로 설비 대폭 확대
중국 국무원은 ‘신에너지 5개년 계획’(2009년)에서 태양광 모듈과 풍력 터빈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보조금과 저리 대출을 쏟아부어 2015년 대비 태양광 발전 단가를 60% 넘게 낮췄다. 2024년 한 해만 해도 태양광 198GW, 풍력 46GW를 신규로 설치해 누적 용량이 각각 350GW, 520GW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미국의 태양광(100GW), 풍력(160GW) 대비 3.25배에 해당한다.
이처럼 공적 지원과 대량 생산이 결합된 정책 덕분에 세계 10대 전기차 업체 중 절반이 중국 기업이 됐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75%를 중국이 차지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생산 규모와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 IRA 세액공제 축소로 ‘탈미국화’ 가속
미 재무부는 지난 7월 IRA를 근거로 풍력 공제액을 1억 3700만 달러(약 1900억 원)에서 3000만 달러(약 410억 원)로, 태양광은 3억 1800만 달러(약 4400억 원)에서 4200만 달러(약 580억 원)로 줄였다. 여기에 중국산 부품 의존 프로젝트에 추가 제약을 두면서 연방 지원 없이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댄 오브라이언 에너지 이노베이션 수석 분석가는 “연방 세제 지원이 사라지면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가스 발전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고,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미국에서 전기요금은 매년 최대 5.5%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IEEFA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의 40%가 천연가스로 생산되는 미국의 특성상 가스 가격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 요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다수의 기후 기술 스타트업이 유럽과 아시아로 본사를 옮기고 있다.
◇ 과학계 “기후 정책은 과학에 기반해야”
지난달 85명 이상의 과학자는 백악관 기후 보고서의 오류를 집단 반박하며 “오바마 행정부 시절 온실가스 규제 근거를 약화시키는 것은 수십 년간의 동료 검증 연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후 정책은 과학적 사실에 바탕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과 지원 축소로 혁신 동력을 잃어가는 미국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재생에너지 세액공제 지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탈미국화’ 흐름을 되돌릴지 주목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