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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무총장 “관세로 글로벌 무역질서 80년 만에 최대 혼란”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이 지난 1일(현지 시각)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 열린 블레드 전략포럼 개막 행사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이 지난 1일(현지 시각)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 열린 블레드 전략포럼 개막 행사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무역기구(WTO) 수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잇단 고율 관세 정책으로 국제 교역 질서가 80년 만에 가장 큰 혼란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2일(이하 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전날 개막한 슬로베니아 블레드 전략포럼 개막에 맞춰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 80년간 전례 없는 무역 규칙의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글로벌 교역 체계의 예측 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슬로베니아 블레드 전략포럼은 슬로베니아 정부가 주최하는 국제 외교·정책 회의다.

◇ WTO 체제 약화, MFN 비중 72%로 하락


WTO 자료에 따르면 회원국 간 차별을 금지하는 ‘최혜국 대우(MFN)’ 조건에 따라 이뤄지는 교역 비중은 올해 들어 약 80%에서 7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콘조이웨알라 총장은 “여전히 무역의 다수가 MFN 체제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중이 과거보다 확연히 낮아진 것은 심각한 신호”라고 밝혔다. 그는 “최소한 5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체제의 의미는 유지되지만 지금은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들어 대부분의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부과한 고율 수입관세가 지목됐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를 이유로 사실상 전방위적인 관세 인상에 나섰고, 이에 따라 글로벌 교역의 상당 부분이 WTO 규칙 밖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오콘조이웨알라 총장은 지적했다.

◇ “2026년 충격 본격화 가능성”


오콘조이웨알라는 트럼프발 관세 충격이 당장 지표에 크게 반영되기보다는 내년 이후에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는 기업들이 관세 인상을 앞두고 물량을 앞당겨 선적하는 ‘프런트로딩(frontloading)’ 현상으로 교역량이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창고 재고가 소진되면 진짜 충격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WTO는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지난달 세계 교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0.9%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그는 “내년 이후 관세 효과가 본격화되면 또 다른 충격이 가시화될 수 있다”면서 “다만 여전히 일정 수준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무역 체제의 향방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통상정책이 WTO 규칙을 약화시키고 세계 교역 질서에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이 맞대응 조치를 검토하거나 양자 협정으로 눈을 돌릴 경우 다자간 체제의 영향력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상황이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국제 질서 전반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WTO 내부에서도 회원국들이 협정 이행을 두고 불만을 쏟아내는 등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 감지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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