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주요 대기업 총수 후방 지원
반도체·배터리·광물 등 대미 투자 관련 논의 오갈 듯
반도체·배터리·광물 등 대미 투자 관련 논의 오갈 듯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미국으로 출국해 한·미 정상회담 지원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회담에서는 관세 협상 결과를 토대로 경제 협력, 첨단 기술, 핵심 광물 등 경제 안보 파트너십이 논의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기업들의 추가 투자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제조업 부흥을 시도하며 해외 기업들의 자국 투자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세 경쟁에서 불리해지지 않기 위한 추가 투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최근 이 회장의 미국 출장을 전후로 테슬라·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와 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만큼 관련 투자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약 23조 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급 계약을, 애플과는 차세대 칩 공급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증설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테일러 공장에 170억 달러(약 23조6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지난해에는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 달러(약 51조 원)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모두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발표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별도의 신규 투자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온을 중심으로 미국 내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추가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 원)를 들여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준비 중이다. SK온은 단독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정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210억 달러(약 29조 원) 신규 투자를 발표한 현대차그룹은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이차전지 분야에서 투자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정상회담 지원에 나선 만큼 관련 사업 논의가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재계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원하는 성과를 얻으려면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정상회담에서 관세 등 통상 현안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계와 정부가 이번처럼 동일한 목표를 가져본 적은 없었다. 그만큼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라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스가·원전 등 모든 카드를 총동원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관세로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오히려 시장 다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