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20억 달러 협조융자 모색, UAE 무바달라 세계 1위 국부펀드 부상

지난 17일(현지시각) 아랍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월 현재 아시아 태평양 은행들에 20억 달러(약 2조7700억 원) 이상 규모의 협조융자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걸프 지역의 자금 조달 틀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이런 변화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아시아 경제권의 부상, 그리고 미국과 유럽 중심의 전통 투자 구조에 대한 대안 모색 필요성이 합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2024년 중동 지역이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390억 달러(약 54조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 사우디·카타르 대형 사업 잇달아 성사
실제 투자 사례를 보면, 사우디 전력회사가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사우디 프란시 은행이 7억5000만 달러(약 1조 원), 쿠웨이트 알 알리 은행이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거래는 모두 아시아 태평양 은행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자금 출처 다양화 전략을 분명히 보여준다.
카타르 가스 운송회사는 지난주 미즈호 은행을 단독 위임 리드 주선자로 하여 5년 만기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규모의 협조융자를 확보했다. 이 자금은 한국에서 건조하는 재래식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5척의 조달 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의 '라이트닝 사업'이 눈길을 끈다. 바다 석유 사업에 가스 대신 전기로 전력을 공급하는 이 사업은 일본국제협력은행이 주도하고 한국수출입은행,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 미즈호 은행이 함께 자금을 조달한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의 약정 자금조달을 확보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그린 수소 회사는 23개 국내외 대출기관에서 비소환 부채 61억 달러(약 8조4600억 원)를 포함해 총 84억 달러(약 11조 6500억 원)의 투자를 확정했다. 아시아 은행들이 금융 협조단에서 핵심 구실을 맡으며 경쟁력 있는 조건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업계는 본다.
◇ 아시아 은행들의 '묶음 접근법' 주효
예를 들어, 일본국제협력은행과 일본 수출투자보험 같은 기관들은 직접 대출, 보험, 보증을 제공함으로써 건설 및 초기 운영 단계의 위험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
두바이의 와르산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의 경우 일본국제협력은행이 약 4억5200만 달러(약 6200억 원)의 직접 자금조달을 약속했으며, 일본 수출투자보험은 상업 은행 부채 중 3억8000만 달러(약 5200억 원)를 충당하는 대출 보험을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 은행들이 자본과 함께 아시아 기업의 핵심 장비 및 엔지니어링, 조달, 건설(EPC) 서비스를 포함하는 완전한 금융 묶음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접근법이 에너지 및 사회기반시설 같은 전문 기술이 꼭 필요한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걸프와 아시아 간의 투자 흐름도 늘고 있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기금만 2022년에서 2024년 사이에 이 지역에 66억 달러(약 9조1500억 원)를 할당했다. 아부다비 투자청, 무바달라 투자회사, 카타르투자청 등 걸프 펀드도 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이런 추세는 바뀌는 세계 동맹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UAE가 이제 브릭스(BRICS) 그룹의 회원국이 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입하도록 초청받음에 따라 걸프 나라들은 보다 다극 투자 전략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시사하고 있다.
홍콩 관리들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홍콩 상장 기업을 추적하는 12억 달러(약 1조6600억 원) 규모의 샤리아 준수 상장지수펀드(ETF)의 출범을 포함하여 걸프의 부를 끌어오려는 아시아의 노력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아부다비의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투자회사가 2024년 292억 달러(약 40조4900억 원)를 52건의 거래에 투입하며 세계 최대 국부펀드 투자자로 떠올랐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기금(PIF)은 지난해 316억 달러(약 43조8200억 원)에서 37% 줄어든 199억 달러(약 27조6000억 원)를 투자해 순위가 뒤바뀌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투자 기회 부족으로 걸프 지역이 성장과 다양화를 위한 대안 통로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바뀌는 세계 동맹 구조와 함께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