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주식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상승세다.
시장 실적 지표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올 들어 10% 가까이 상승했다.
인공지능(AI)이 미 생산성을 높이고, 관련 투자도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오름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로 좌초하면서 뉴욕 주식 시장이 튀르키예나 아르헨티나, 중국 같은 신흥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흥시장 독재자 같은 트럼프
트럼프는 미국이 누려온 선진국 모범이라는 혜택을 모두 걷어차려는 듯 행동하고 있다.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국가 시스템이 흔들리고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에 국가 정책과 민간 시장, 또 중앙은행까지 휘둘리는 나라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과 달리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정학적, 경제적 질서와 기준을 빠르게 뒤틀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배런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아직은 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는 등 탄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의 이런 행태가 지속되면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주 동안을 따로 떼서 봐도 신흥국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을 많이 저질렀다.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는 최근 연준 의장 후임자 인선에 나서는 방식으로 제롬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법원에 자신의 관세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고용 통계가 나빴다고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해고했다. BLS는 트럼프의 분노를 샀던 월간 고용 동향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는 민간 기업인 인텔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이 중국과 가깝다며 그를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가 정책에서도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빚어진다.
트럼프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난 뒤 중국에 AI 반도체 수출을 허용하는 대신 중국 매출의 15%를 정부에 내도록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런 수출면허세를 다른 기업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신흥시장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연구부문 책임자를 지냈던 에스와르 프라사드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이 마치 신흥시장처럼 변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프라사드는 많은 신흥시장에서 적용되는 기준들이 점차 미국에서 새 기준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통계를 담당하는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프라사드는 이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를 흔들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배경은 법치, 견제와 균형 시스템, 그리고 중앙은행 독립 등 크게 3가지이지만 지금 이 골격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누리던 프리미엄 역시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5년 동안 S&P500 지수 편입 기업의 1년 뒤 주당순익(EPS) 대비 주가수익배율(PER) 평균은 17.5배로 다른 신흥 시장에 비해 크게 높다.
중국 상하이 지수와 아르헨티나 S&P 메르발 지수의 경우 각각 11.5배,. 튀르키예 보르사 이스탄불 100 지수는 7배에 머물고 있다.
한국 코스피 지수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13.7배 수준으로 S&P500 지수에는 못 미친다.
중국화하는 미국
가장 먼저 프리미엄이 사라질 분야는 국채 수익률이다.
브레이크아웃 캐피털에 따르면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점에 힘입어 미 국채 수익률은 신흥시장 국채에 비해 1.0~1.5%포인트 낮게 책정된다.
이 프리미엄이 사라져 미 국채 수익률이 뛰면 최근 국내총생산(GDP)의 100% 수준인 37조 달러로 불어난 미 국채 이자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
트럼프의 행태는 이 프리미엄이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시장을 아예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신이 들고 온 관세정책으로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압박하고 있다.
월마트에는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말고 기업이 내부에서 흡수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또 아마존이 제품 가격에 관세를 따로 추가하는 항목을 넣으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마존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이를 중단시켰다.
트럼프는 아울러 자신의 관세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냈다는 이유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를 해고하라고 데이비드 솔로몬 CEO에게 촉구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잰 해치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그 타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또 대대적인 압박을 통해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형 기술업체의 황금주를 중국 정부가 갖고 있는 것처럼 US철강을 일본 일본제철에 매각하면서 미 행정부가 황금주를 갖도록 했다.
이 황금주가 어떻게 작동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행정부가 합병사 경영에 직접 목소리를 내고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은 정해졌다.
트럼프는 아울러 일본, 유럽연합(EU), 한국과 무역합의에서 이들이 약속한 미국 투자를 마치 국부펀드처럼 활용해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간섭하고 있다.
트럼프는 파월 의장을 흔들면서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금으로 버티는 미 국채 시장을 끝장낼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시장이 아닌 대통령의 간섭을 받게 되면 정책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시장을 떠난다.
튀르키예는 에르도안의 중앙은행 정책 개입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뉴욕 주식 시장이 프리미엄을 잃고 신흥시장으로 전락하지는 않겠지만 트럼프의 이런 전횡이 지속된다면 결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