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때 지구촌 에너지 판도 변화...“아시아, 서방 제재 뚫고 러시아 주유소로 몰려”

이 기간 동안 러시아 화석 연료의 주요 구매국은 전통적 구매세력인 유럽연합(EU)에서 아시아 국가들로 바뀌며, 국제 에너지 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3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는 CREA 러시아 화석 연료 트래커 자료를 인용한 시장 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 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보도했다.
중국은 약 2200억 달러(약 305조 원)로 가장 많은 러시아산 화석 연료를 사들였으며, 인도는 약 1600억 달러(약 222조 원) 규모로 뒤를 이었다. 두 나라는 특히 석유 구매에 집중했으며, 중국은 석탄과 천연가스 구매도 상당했다. 트뤼키예는 세 번째로 많은 물량을 사들였고, EU가 4위를 차지했다. 브라질, 싱가포르, 한국, 사우디아라비아도 각각 100억~20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산 화석 연료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토대로 시장 관계자들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막기 위한 국제 제재가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한 해 동안 EU가 러시아 화석연료 구매를 크게 줄였지만, 2023년부터 중국, 인도, 트뤼키예 등 비동맹국들이 대체 구매에 나서면서 러시아 수출 규모는 유지됐다”고 말했다.
오일프라이스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에너지 거래를 지속하는 국가에 최대 100%에 달하는 ‘2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사들이면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우크라이나와 50일 내 평화 협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러시아와 거래하는 나라에 강력한 제재가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 재편이 아시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스타티스타와 CREA 자료에 따르면 EU 내에서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프랑스, 벨기에가 러시아산 화석 연료를 많이 구매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상황 변화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수입 동향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통계는 급변하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