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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에너지 안보, 美·中 '양날의 검'에 의존… 탈러시아 에너지 전환 '난제'

美 무역 협정으로 LNG 수입 3배 증대 약속… 가격 상승·공급 경쟁 심화 우려
재생에너지 패널 98% 中 의존… 에너지·산업 자율성 위협 직면
유럽연합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글로벌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글로벌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적대적인 글로벌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EU의 에너지 전환 속도는 이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및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고 2일(현지시각) ‘오일 프라이스’가 보도했다.

최근 미국과의 무역 협정에서 EU는 향후 3년 동안 총 7,500억 달러(약 1,040조 원) 규모의 미국 에너지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2024년 미국의 EU 에너지 수입량(760억 달러)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이 증가는 주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추가 구매에서 비롯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에너지 제품 구매는 우리의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EU의 최대 LNG 공급국이며, 2025년 현재까지 EU LNG 공급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 LNG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아시아와 LNG 공급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EU가 약속한 규모의 LNG 수출을 위해서는 미국의 수출 능력이 크게 늘어나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려운 과제다.

EU의 탈러시아 에너지 전환 계획의 또 다른 핵심 축인 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최신 유로스탯(Eurostat)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은 EU 최대 태양광 패널 공급국으로, 전체 수입량의 무려 98%를 차지했다.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EU의 재생에너지 용량 확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유럽 태양광 제조업체를 폐업으로 내몰았다.

또한, EV 배터리 및 재생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과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은 유럽의 에너지 및 산업 자율성에 심각한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스테판 세주르네(Stephane Sejourne) EU 집행위원은 전략적 EU 희토류 비축량 창설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EU는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 목표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정책적 변수에 좌우되는 복잡한 지정학적 현실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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