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늄·사마륨 등 핵심광물 수출 틀어막자 가격 60배 폭등
기술패권 노린 '공급망 공격'…"애플도 5년내 탈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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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 외 여러 핵심 광물 시장에서도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초 미·중 무역 분쟁이 최고조에 이르자 중국은 이 같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후 일부 무역 협상이 타결돼 수출이 재개되기도 했으나, 국방 목적의 광물 통제는 여전히 굳건하다.
미군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 드론 제조업체는 중국을 대체할 자석 공급원을 찾지 못해 주문을 최대 두 달이나 미뤄야 했다. 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특정 소재의 가격은 중국 규제 이전보다 다섯 배 이상 치솟았고, 전투기 엔진의 고열을 견디는 자석의 원료인 사마륨(samarium)은 한때 표준 가격의 60배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값에 제안되기도 했다. 공급망의 비용 증가는 방위 시스템의 가격 인상으로도 전가되고 있다.
핵심 광물 압박은 미군 공급망의 대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드론 모터, 야간 투시경, 미사일 조준 시스템, 국방 위성 등 첨단 국방 기술의 거의 모든 영역이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고 있다. 방산 소프트웨어 기업 고비니(Govini)에 따르면, 미 국방부 무기체계에 쓰이는 부품 8만 개 이상이 현재 중국의 수출 통제 대상인 핵심 광물로 만들어진다. 사실상 국방부의 핵심 광물 공급망 거의 전부가 최소 하나 이상의 중국 공급업체에 기대고 있어, 중국의 통제가 광범위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다.
중국의 통제 방식은 더욱 노골적이고 집요해졌다. 희토류와 자석을 수입하려는 서방 기업에 제품 도면, 생산 라인 사진 등 민감한 정보를 포함한 광범위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자재가 군사 목적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뉴햄프셔의 드론 모터 제조사 이프로펠드의 크리스 톰슨 부사장은 "지난 5월 중국 공급업체가 제품 도면과 구매자 목록을 요구하는 중국 정부 양식을 보내왔다"며 "군사 용도로 쓰지 않겠다는 보증까지 요구했지만, 당연히 그런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겨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프로펠드는 선적이 중단돼 고객 주문을 최대 두 달이나 미뤄야 했다.
◇ 민간 기술기업까지 옥죄는 '공급망의 무기화'
공급망의 무기화는 국방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 최대 기술 기업인 애플의 사례는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이 민간 부문에 어떻게 깊숙이 침투했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중대한 위험'으로 바뀌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애플은 2016년에 약속한 2750억 달러(약 380조4350억 원)를 넘는 큰돈을 중국에 투자했다. 그 결과 해마다 판매되는 아이폰의 약 90%가 중국에서 생산될 만큼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애플은 대만 기업 폭스콘의 압도적인 생산 능력과 더불어, 공장 터 무상 제공, 기반 시설 구축, 규제 완화 등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중심의 생산 체계를 갖췄다.
하지만 애플이 세운 이 고도의 공급망을 이제는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활용하면서 애플의 기술력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때 성장의 발판이었던 투자가 이제는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족쇄이자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안에 애플이 중국 의존도를 의미 있게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다시 국방 분야로 돌아와, 레오나르도 DRS의 빌 린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게르마늄은 '안전 재고'만 남았다"며 "2025년 하반기에는 자재 흐름이 개선되어야만 제때 제품을 납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르마늄은 미사일 등에 들어가는 적외선 센서의 핵심 소재다. 중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총알 경화제나 야간 투시 장비에 쓰이는 게르마늄, 갈륨, 안티모니의 대미 판매를 금지했다.
◇ '탈중국' 외치지만…대안 없는 공급망 재편
위기감이 커지자 미국 정부와 방산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는 2027년까지 중국산 광물이 포함된 희토류 자석 구매를 중단하라고 명령했으며, 미주 최대 희토류 광산 운영사인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약 5533억 원)를 투자해 지분을 인수하는 등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록히드 마틴의 제임스 타이클릿 CEO는 이 투자를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며 F-35 전투기와 순항 미사일에 필요한 자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 하위 공급업체에 광물 조달을 맡겼던 대형 방산 기업들도 직접 구매에 뛰어들었다. 희토류 금속 스타트업 피닉스 테일링스의 니컬러스 마이어스 CEO는 "주요 방산 기업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자석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점점 더 공황 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대체 공급망을 세우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보여, 중국에서 비롯된 핵심 광물 위험은 당분간 서방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