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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개편안에 증시 '흔들'…증권가, "기회냐 충격이냐" 해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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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김성용 기자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과세 정책이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시장 충격’과 ‘조정 후 기회’ 사이에서 엇갈린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인 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8% 하락한 3119.41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126.03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10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되며 낙폭이 확대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증권거래세 인상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환원 △배당소득 분리과세 신설 등이 포함됐다. 코스피의 증권거래세율은 기존 0%에서 0.05%로, 코스닥은 0.15%에서 0.20%로 인상됐다. 양도세의 경우, 2023년까지 유지됐던 ‘종목당 10억원 보유 시 대주주’ 기준으로 되돌아갔다. 또 배당소득에 대해 35%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분리과세 제도도 새롭게 도입된다.

시장에서는 거래세와 양도세 개편이 증시 유동성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대주주 기준 강화로 연말에 과세 회피 목적의 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말 매도이슈'가 다시 고개를 들며, 하반기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강기훈 신영증권 연구원은 "분리과세 대상 기업의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최고세율이 35%로 설정되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가의 중장기 전망은 다소 낙관적이다. 최근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등 우호적인 대외 여건은 국내 세제 이슈의 악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정 이후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상법 개정 논의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 주주권 보호를 강화하는 법안이 병행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 기조가 '탈(脫)주주친화'로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배당주·가치주가 가격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상법 개정이 8~9월 중 통과된다면 이번 하락은 매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기 전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주주 기준 강화로 연말 전 과세 회피 매물이 대거 쏟아질 수 있는 만큼, 고평가된 업종의 비중을 줄이고 펀더멘털이 탄탄하거나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라는 조언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급등했던 정책 테마주 중심으로 조정 압력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실적 하향이 아닌 투자심리 위축의 결과"라며 "오히려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의 중장기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요일 코스피 급락은 다소 과도했으며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지만, 이번 주 세제개편 불확실성이 장중 변동성을 유발할 것"이라며 “여당 내부에서도 개정안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법개정안은 아직 입법 전 단계로, 9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극적인 반등보다는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친 점진적 완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이번 세제 개편의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군도 제시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종목으로 POSCO홀딩스, 삼성생명, NH투자증권, 롯데지주 등을, 최근 3년 대비 배당 증가율이 높은 종목으로는 HD한국조선해양, LG, 기업은행, SK 등을 제시했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보유율이 높고 최대주주 중심 배당정책을 펴는 기업을 중심으로 KT&G, 한미반도체, LG CNS, 리노공업 등을 꼽았다. 현대차, 두산밥캣, BNK금융지주 등도 배당정책 강화에 따른 수혜 기대 종목으로 분류됐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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