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은 엔비디아 웃돌지만…가격 3배·전력소모 4배 '숙제'
미국 제재 속 '기술 자립' 가속…AI 기반시설 시장 지각변동 예고
미국 제재 속 '기술 자립' 가속…AI 기반시설 시장 지각변동 예고

지난 2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WCCF테크 등 외신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상하이 세계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아틀라스 900 A3 슈퍼팟'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아틀라스 900 A3 슈퍼팟은 화웨이가 내부적으로 개발해 온 '클라우드매트릭스 384' 아키텍처에 바탕을 둔다. 이 클러스터는 총 16개의 랙(컴퓨팅 랙 12개, 네트워킹 랙 4개)으로 이뤄진 초대형 시스템이다.
◇ 엔비디아 압도하는 '괴물 스펙'
사양을 보면, 이 AI 클러스터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어센드 910C' 칩 384개를 '올투올(all-to-all) 토폴로지' 방식으로 연결했다. 특히 6912개의 800G 광학 트랜시버를 써서 완전 광통신 기반으로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GB200 NVL72(180페타플롭스)보다 약 1.7배 높은 300페타플롭스(PFLOPS)의 BF16 연산 성능을 낸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용량은 49.2TB로 3.6배 많고, 대역폭도 1229TB/s로 2.1배 넓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명확한 한계도 있다. 클러스터 한 대당 가격이 800만 달러(약 110억 원)에 이르러, 엔비디아 GB200 NVL72 구성보다 약 3배 비싸다. 총 소비전력이 약 559kW로 GB200 NVL72(145kW)의 3.9배에 달해 전력 대비 성능 효율은 크게 떨어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전력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양적 돌파'로 미국의 제재 넘는다
화웨이는 개별 칩 성능의 열세를 압도적인 물량과 고대역폭 시스템 아키텍처로 만회하는, 이른바 '양적 돌파'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전략은 외부 의존 없이 검색, 번역 같은 대규모 AI 모델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독자적인 광통신망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환경의 내결함성과 확장성도 높인다.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역시 화웨이가 자사의 그레이스 블랙웰 시스템과 충분히 경쟁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인재 영입 전쟁으로도 번지고 있다.
엔비디아 빌 달리 수석 과학자는 "더 많은 AI 엔지니어가 화웨이로 이직 중"이라고 말하며 중국의 기술적 추격이 거세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 제품은 자국 기술로 미국의 칩 규제에 정면 대응하며 세계 AI 기반시설(인프라) 주도권 다툼에서 중요한 전략 카드로 떠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