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 AI 칩 中 판매 재개 승인 '핵심 역할'… "오픈소스 AI 모델 지원, 中-美 윈윈" 강조
中, '안보 매파'에 맞설 중재 세력 기대… 엔비디아, 테슬라와 다른 '관계 전략'
中, '안보 매파'에 맞설 중재 세력 기대… 엔비디아, 테슬라와 다른 '관계 전략'

2018년 여름,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차량을 타고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 위치한 중국 공산당 본부를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왕치산(王岐山) 부주석과 만났다. 머스크는 당시 왕 부주석과 "역사, 철학, 행운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토론"을 가졌다고 트윗했다.
이후 중국은 머스크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며,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중국 사업에 대한 그의 확고한 약속을 높이 평가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친구'로 자리매김했을 때, 중국은 그가 워싱턴에서 이성의 목소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가 흔들리면서 중국은 젠슨 황에게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젠슨 황 CEO는 이달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 입안자들을 만나,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미국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설계된 플래그십 H100의 축소 버전인 엔비디아의 H20 AI 칩의 중국 내 판매 재개 승인을 확보했다.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는 H20을 수출 제한 목록에 올린 바 있다. 젠슨 황은 공개적으로 규제를 비판하며, 중국이 인공지능을 위한 칩을 만들 수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명백히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칩이 화웨이와 같은 국내 경쟁사에 자리를 내주는 대신 딥시크(DeepSeek)와 알리바바의 콰웬(Qwen)과 같은 오픈소스 AI 모델을 중국에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리지 리(Lizzi Lee) 연구원은 중국이 재계 지도자들을 워싱턴의 안보 매파에 대항하는 중재 세력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일부 중국 분석가들은 젠슨 황 총리를 스타 파워와 전략적 타당성을 결합해 중국이 미국과 연결하는 데 선호하는 다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인 엔비디아는 중국과 트럼프 모두에게 윈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엔비디아의 성공과 주식 시장 급등은 정치적 승리"라며 "엔비디아가 미중 기술 경쟁의 인화점으로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중국 운영에 정통한 한 기업 임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테슬라와 달리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으며 중국 정부 관리들과의 관계에 크게 의존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이 임원은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중국 최초의 비합작 투자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된 이후 훨씬 더 오래, 더 자주 중국 관리들과 거래해 왔다"면서도 "반면 엔비디아는 중국의 비즈니스 리더 및 기업들과 매우 깊고 광범위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정부를 상대해본 경험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으로 만든 테슬라는 제조업과 소비자 수요 모두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17만 2천 대 이상의 차량을 인도했는데, 이는 테슬라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 수치이며, 중국에서만 이 판매량의 40%를 차지한다.
반면, 중국은 가장 최근 회계 연도에 엔비디아 매출의 13%에 불과했다. 미국의 칩 수출 제한 이전에도 중국 시장은 엔비디아 매출의 약 25%에 불과했다.
한때 상대적으로 무명이었던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는 2022년 말 Chat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붐 이후 널리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칩 수출 제한을 가할 때까지 중국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엔비디아가 AI 시대에 성장함에 따라 회사와 록스타 CEO인 젠슨 황은 그의 시그니처인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베이징과의 관계를 빠르게 강화해 왔다. 황 CEO는 지난 17일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 장관과의 회담을 포함해 올해 들어 중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 왕 장관은 황 CEO에게 엔비디아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고객에게 고품질의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보와 경제적 경쟁력의 균형을 둘러싼 워싱턴 내 논쟁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상무부 장관 재임 마지막 날, 지나 레이몬도는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칩을 맞춤화하는 엔비디아의 접근 방식을 비판했다.
레이몬도 장관은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매일 중국은 우리의 수출 통제를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 알아내기 위해 잠에서 깨어난다. 즉, 우리는 매일 매 순간 깨어나 이러한 통제를 강화하고 동맹국들과 함께 법 집행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엔비디아를 염두에 두고 "AI를 수행할 수 있는 특정 커트라인을 중심으로 칩을 재설계하면 바로 다음 날 제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전직 바이든 행정부 관리는 18일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팀이 무역 승리를 위한 협상 지점으로 수출 통제를 사용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수출 통제라는 국가 안보에 대해 중국과 협상한 적이 없다"며 "하지만 중국은 우리에게 항상 그렇게 하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