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 투자자들이 뉴욕 주식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주식 시장이 얼어붙자 전방위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개미들이 열광하는 밈주들이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하는 종목으로 부상했다.
기관 투자가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개미들은 주식 시장 상승에 베팅하면서 확고한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흐름이 주식 시장 거품의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미들, 스스로 예언 충족
골드만삭스가 집계하는 ‘개미 투자자 선호 종목 배스킷’은 9일 사상 최고를 찍었다.
미 게임기와 소프트웨어 소매체인 게임스톱이 광풍을 불러 일으켰던 2021년 봄 당시 최고치도 갈아치웠다.
비스코프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개미 투자자들 선호 종목 배스킷 역시 9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네이션와이드의 최고시장전략가(CMS) 마크 해킷은 CNBC에 기관 투자가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개미 투자자들은 흔들리지 않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킷은 개미들의 매수가 스스로의 낙관 전망을 강화하는 일종의 ‘자가 예언 충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로 개미들이 주식을 매수하면서 실제로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그는 저가 매수가 탄력을 받으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평가이익은 확대되고, 매입 시점을 놓친 기관들은 당혹스러워하는 흐름이 최근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스톱화
최근 밈주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게임스톱이나 미 영화관 체인 AMC 같은 ‘원조’들이 아니다.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 버젯 그룹,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에이바(Aeva) 테크놀러지스 등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에이비스는 7월에는 12% 급등했고, 2분기에는 123% 폭등했다.
에이바는 2분기 주가 상승률이 440%에 이른다.
또 온라인 주식,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2분기에 125%,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100% 넘게 폭등했다.
클라와이즈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 제임스 카막은 시장이 점차 ‘게임스톱화’하고 있다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내성을 과소 평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 시장을 이제 개미들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기관 펀드매니저들이 시장, 밸류에이션, 모멘텀을 보는 방식을 재평가할 때라고 충고했다.
거품 정점인가
비스코프는 분석 노트에서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비스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같은 역풍에도 불구하고 개미 투자자들의 심리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면서 이는 거품 정점의 신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투자 심리가 정점으로 치솟았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꺼지는 이른바 ‘블로우오프 탑(blow-off top)’ 차트 패턴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급격하게 뛰었다가 정점을 찍은 뒤 폭락하는 패턴이다.
투자자들이 상승장을 놓칠 수 없다는 두려움 속에 앞다퉈 몰려들면서 주가가 과열 상승세를 보이다가 투자자 심리가 순식간에 공포와 절망으로 바뀌는 것이 이 블로우오프 탑의 특징이다.
이는 강세장, 거품의 정점에서 자주 나타난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목표가 상향 조정이 봇물을 이루고는 있지만 투자자들이 경계심을 갖고 투자에 나설 때가 됐다는 뜻이다.
하반기 상승 지속
그러나 개미들의 심리가 낙관을 지속하면 주식 시장은 하반기에도 상승 흐름을 지속할 수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개미 투자자들이 올 들어 주식에 투입한 순 신규 자금은 2700억 달러에 이른다.
JP모건은 분석 노트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주도로 시장이 올 하반기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낙관했다.
JP모건은 올 하반기 5000억 달러 규모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주가 지수는 올해 말 5~10%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