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실제 신당 창당은 미국 정치 시스템상 쉽지 않은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이하 현지 시각) CBS뉴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간판 법안인 ‘빅 뷰티풀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이 상원을 통과한 직후 “이런 미친 지출 법안이 통과된다면 다음 날 아메리카당을 창당하겠다”고 소셜미디어 X에 글을 올렸다.
◇ 머스크 “양당 체제 대안 필요”…법안 통과 후 창당 공언
머스크 CEO는 “지금의 민주·공화 양당 체제는 국민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안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전부터 해당 법안을 지지한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공천 경쟁에서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선거법 전문 변호사 브렛 캐펠은 “미국에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법적으로 극도로 복잡한 과정”이라며 “오직 세계 최고 부자 정도만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50개주 다른 선거법 장벽…수백만 달러 비용 소요
미국에서 정당은 주 단위로 법적 지위를 얻어야 하며 주마다 기준이 다르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유권자 중 최소 0.33%(약 7만5000명)가 신당에 등록하거나 유권자 110만 명의 서명을 받아야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0.33% 등록률을 유지하거나 주 전체 선거에서 최소 2% 이상의 득표를 해야 한다. 이를 모든 주에서 달성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며 민주·공화 양당의 법적 방해도 감수해야 한다.
캐펠은 “현재의 제도는 기존 양당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면서 “기존의 녹색당이나 자유당조차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주별 자격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 머스크, 공화당 일부엔 여전히 영향력 행사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법안이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친환경 에너지 지원을 축소한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머스크는 전기차 지원이 줄어들어 화가 난 것 같다”면서 “그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은 변함없지만 이번엔 다소 과민하게 반응한 듯하다”고 지난달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후보들에게 2억7700만 달러(약 3860억 원)를 지원했으며 이 중 약 2억3900만 달러(약 3330억 원)는 그가 세운 정치행동위원회 ‘아메리카 PAC’을 통해 사용됐다.
머스크는 최근 정부와의 관계 축소를 선언하며 트럼프 정부의 ‘정부효율부’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법안 반대 투쟁을 계기로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 관련법상 정당이 공식적으로 등록되기 전에는 후원금에 상한선이 없지만 정당으로 등록되면 연간 기부 한도가 주당 1만 달러(약 1393만 원), 중앙당은 4만4300달러(약 6170만 원)로 제한된다.
CBS뉴스는 머스크가 신당 창당과 동시에 ‘아메리카 PAC’을 유지해 정치적 영향력을 병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