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방산기업에 9천억 원 투입…155mm·120mm 포탄 집중 생산
GDP 4.7% 국방비 책정…해외 구매에서 국내 생산으로 중심 이동
GDP 4.7% 국방비 책정…해외 구매에서 국내 생산으로 중심 이동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폴란드 국유자산부 야쿠프 야보로프스키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폴란드가 2026년까지 곡사포용 포탄 생산을 5배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야보로프스키 장관은 "단기 목표는 국내 포탄 생산을 크게 늘려 해외 공급에서 벗어나고,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핵심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 9천억 원 투입…생산량 연 3만→18만 발로
폴란드 정부는 이 계획을 위해 국영 방산기업 PGZ에 24억 즈워티(약 9008억 원)를 투입한다. 정부는 이 자금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성이 커진 155mm 포탄과 120mm 전차 포탄 등 대구경 포탄 부족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 PGZ의 연간 대구경 포탄 생산량은 약 3만 발이다. 폴란드는 신규 자금을 들여 앞으로 3년 안에 연간 생산량을 15만에서 18만 발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모든 생산 공정을 폴란드 안에서 진행해 수입 부품이나 외국 공급망 의존도를 최대한 줄일 방침이다.
◇ '나 홀로 국방' 시동…수입 의존 탈피 가속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명년 국방 예산은 GDP의 4.7%인 477억 달러(약 64조 4140억 원)에 이른다. 이전에는 미국과 대한민국 등에서 무기를 도입하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국내 생산 역량을 키우는 데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폴란드 최대 화학기업 '그루파 아조티(Grupa Azoty)' 같은 곳도 화약과 추진제 등 핵심 부품 생산을 늘리고자 정부 지원을 신청하는 등 국가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 K-방산엔 '기회이자 위기'…풍산의 양면
폴란드의 이러한 방산 자립 정책은 한국 대표 탄약 제조기업인 풍산에 기회와 위기라는 양면적 영향을 주고 있다. 폴란드가 생산량 확대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풍산이 주요 후보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풍산은 폴란드 국영 PGZ와 탄약 공급 및 현지 공장 건설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K2 전차와 K9 자주포 수출과 연계해 연간 10만 발 규모의 포탄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종 파트너 선정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 폴란드가 최근 슬로바키아와 155mm 포탄 생산 협력을 공식화하는 등 유럽 내 다른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폴란드의 방산 자립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장기적으로 한국산 탄약의 직접 수출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폴란드와의 합작사 설립 여부가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지, 아니면 현지화에 밀려 수출 감소로 이어질지 K-방산의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