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이하 현지시각) 폴리티코와 CNN 등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근거로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위헌적 조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연방항소법원은 같은 날 오후 해당 판결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켰고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제 공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갔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최대 쟁점은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사실상 무제한의 관세 부과 권한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법원이 이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게 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경제 전략이 붕괴될 수 있다. 반면 관세 권한을 인정할 경우 대통령의 통상 정책 결정 권한이 크게 확대되며 향후 미국의 대외경제 정책에 중대한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연방대법원이 최근 강조해온 ‘중대 쟁점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과 ‘위임금지원칙(nondelegation doctrine)’이 이번 사건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탕감, 온실가스 규제 정책 등에 대해 “의회의 명확한 위임 없이 행정부가 독자적 판단으로 시행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건 바 있다.
앤드루 모리스 뉴시빌리버티연맹(NCLA) 수석 변호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법원이 대통령 권한 행사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흐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도 예외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법원이 이 사안을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닌 외교·안보 사안으로 간주할 경우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통해 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안보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무역법원은 “이같은 논리는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외교적 혼란을 일으킨 뒤 그 결과로 법적 면책을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일축했다.
결국 대법원이 어떤 시각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결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과반을 점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송의 핵심 판례로 거론되는 ‘요시다 사건(1970년대 닉슨 대통령의 10% 수입관세 사례)’도 대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일정 요건 아래 대통령의 제한적 관세 권한을 인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무제한적 관세 행사를 뒷받침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하급심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통해 ‘외부 세금 시스템(External Revenue Service)’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은 단순한 행정권의 범위를 넘어서 국가 재정 구조와 대외 정책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