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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백만장자 증세' 제외한 감세 법안 강행…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공화당·루이지애나)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예산안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공화당·루이지애나)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예산안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일부가 제안한 고소득층 증세 방안을 최종 법안에서 제외하고 감세 중심의 세제 개편안을 하원을 통해 통과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하원 통과 법안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도입된 소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하는 것으로, 소득 구간 전반에 걸쳐 세율을 낮추되 특히 상위 5% 고소득층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구조다. 이 법안에서 ‘백만장자 세’와 같은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항목은 모두 제외됐다.

백악관과 일부 트럼프 측 인사들은 고소득층 증세를 통해 법안을 보다 대중 친화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으나 공화당 지도부는 이를 거부했다. 특히 트럼프 1기 시절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과 일부 참모들은 연소득 100만 달러(약 13억7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새로운 세율 구간을 신설하거나 최고세율 인하를 중단할 것을 제안했지만, 하원 공화당은 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7일 공항에서 폴란드로 향하던 반(反)세금 운동가 그로버 노퀴스트와의 통화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퀴스트는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공격이며 정치적으로 자멸행위”라며 반대했다. 이후 하원 마이크 존슨 의장이 직접 노퀴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세금 인상안은 최종 법안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확인했다는 것이다.
법안의 총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3425조원)에 이르며 자녀세액공제 및 표준공제 확대 등 중산층 감세 항목도 포함됐다. 그러나 소득세율 인하 혜택이 소득 수준과 비례해 커지는 구조인 탓에 실질적으로는 고소득층에 더 큰 세금 감면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진보 성향의 조세정책연구소(ITEP)에 따르면 이번 법안으로 평균 소득층은 첫 해 약 1700달러(약 233만원)의 세금 감면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소득 92만 달러(약 12억6000만원) 이상의 상위 1% 소득자 평균 7만 달러(약 9580만원), 340만 달러(약 46억58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약 27만5000달러(약 3억7700만원)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연소득 1만3000달러(약 1780만원) 이하 하위 40%의 경우 오히려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및 푸드스탬프(식료품 보조) 삭감으로 인해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카일 포멀로 수석연구원은 “최대 수혜자는 연소득 46만8000달러(약 64억1600만원)에서 110만 달러(약 15억7000만원) 사이의 고소득 전문직 및 자영업자들”이라며 “그 다음으로는 상위 1%가 가장 큰 혜택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중간소득층도 평균 15%의 세금 감면을 받게 되며, 팁 수입에 대한 과세를 줄이는 조항 등 일부 포퓰리즘 조치도 포함됐다고 반박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는 세후 소득이 단기적으로 7800달러(약 1070만원)에서 최대 1만3327달러(약 1820만원)까지 증가하고 7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되거나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행동포럼의 더그 홀츠-이킨 회장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고소득자 상당수는 일시적 소득 상승을 겪은 중소기업 매각자 등으로 민주당이 그리는 억만장자 이미지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ITEP의 세금정책 전문가 스티브 왐호프는 “결국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에게 자원을 몰아주는 구조”라며 “자산 상속 공제를 부부 기준 3000만 달러(약 411억원)까지 확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전략가 더그 하이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빼앗긴 것은 세금법안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며 “이번 법안의 정치적 파급력은 아직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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