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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직 관리, "GDP 4% 목표 고려, 향후 5년 일자리·부채 관리에 집중해야"

미·중 경쟁 장기화·부동산 침체 등 국내외 '역풍'… "성장 잠재력보다 높은 목표 부적절"
"단기 부양책 지양, 시장 자율성 확대하고 서비스 경제·녹색 성장 전환 해야"
중국이 향후 5년간의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는 전직 고위 경제 관료의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향후 5년간의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는 전직 고위 경제 관료의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로이터
미국과의 경쟁이 장기화될 가능성과 중국 내부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 해결 필요성을 고려하여, 중국이 향후 5년간의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는 전직 고위 경제 관료의 주장이 제기됐다고 26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과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서 수십 년간 베이징의 5개년 경제 계획 초안 작성에 참여했던 쉬린(徐林) 전 국장은 일자리 창출과 부채 관리에 중점을 둔다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간 약 4%의 경제 성장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제 계획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쉬 전 국장은 중국의 인구 감소, 저축률 및 생산성 하락, 그리고 기타 대내외적인 역풍으로 인해 향후 5년에서 10년 동안 중국의 잠재 성장률과 성장 목표치는 약 4%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일부 시장에서 예상하는 연간 약 4.5% 성장률보다 낮은 수치다.
그는 최근 '비교연구(Comparative Studies)'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국제 환경과 부동산 및 부채 하강 주기, 취약한 시장 신뢰 등 국내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잠재 성장률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베이징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판골 연구소(Pangoal Institution)의 학술 이사이자 중미 녹색 기금(China-US Green Fund)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고용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부채 비율을 통제할 수 있다면 연간 4%의 GDP 성장은 매우 긍정적인 수치"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현행 개발 계획에서 구체적인 양적 성장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지도부의 장기 목표에 따라 연간 최소 4.8%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할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미국과의 격렬한 무역 전쟁 속에서 성장 압력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 잠재력과 중국 지도부의 대외 환경에 대한 평가는 중국의 경제 성장 목표 설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다.
쉬 전 국장은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외부 환경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해외 투자와 국제 시장 및 자원에 대한 의존도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중국의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 분야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흥 산업이 경제 성장을 얼마나 의미 있게 견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직 관리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 사용에 대해서도 경고하며, 서비스, 문화, 레저와 같이 탄력성이 높은 부문의 수요를 억누르는 낡은 공급 측면의 규제 조치를 정부가 철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러한 규제가 소비가 뿌리내리기도 전에 질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시장의 힘을 해방시키고 민간 부문의 참여를 확대하며, 장기적이고 탄력적인 성장을 보장하기 위한 구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혁개방 시대 이후 중국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빠르게 성장했던 시기는, 상황이 다소 혼란스러워 보일지라도 시장에 가장 많은 자유가 주어졌던 시기였다"고 과거 경험을 상기시켰다.

쉬 전 국장은 또한 서비스 경제의 부상, 디지털 및 지능형 전환, 그리고 녹색 전환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를 지속 가능한 성장의 장기적인 엔진으로 꼽았다. 그는 이 분야들이 향후 20년 동안 중국의 경제 모멘텀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연한 일자리 창출과 낮은 진입장벽을 가진 서비스 부문은 경기 침체 기간 음식 배달, 물류, 차량 호출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해고된 근로자들을 흡수하는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서비스업은 현재 전체 고용의 48%를 차지하며, 각각 29%와 23%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과 농업을 앞지르고 있다.

또한, 서비스 부문은 다른 부문보다 GDP 단위당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도쿄, 홍콩, 싱가포르, 뉴욕과 같은 도시들이 중국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성숙한 서비스 경제 모델과 함께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주 중국의 2026-30년 국가 발전 계획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과학, 기술, 현대화를 강조했는데, 이는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세부적인 경제 및 사회적 목표를 포함한 전체 청사진은 내년 3월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쉬린 전 국장의 제언이 향후 중국 경제 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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