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는 미·중 무역분쟁의 도구로 남아"...당국, 절차 간소화 등 4가지 전략 마련
딜로이트 CEO "미국 상장 후보 20%→5% 미만으로 급감...홍콩이 최우선 목적지로"
딜로이트 CEO "미국 상장 후보 20%→5% 미만으로 급감...홍콩이 최우선 목적지로"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4월 초 미·중 관세 전쟁 속에서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발언한 이후, 미국에 상장된 약 286개 중국 본토 기업들이 상장폐지 위협을 받게 됐다. 이에 딜로이트 차이나의 CEO 패트릭 창은 즉시 자본시장팀을 소집해 홍콩의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창은 "중국과 미국이 관세에 대한 합의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미국에 상장된 많은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상장폐지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분쟁의 도구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이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 체제와 국제 금융 센터로서의 지위를 활용해 "상장폐지 가능성에 직면한 미국 상장 본토 기업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주 창은 홍콩 행정수반 존 리의 정책부서에 상장 절차 간소화와 자금 조달 지원 등 4가지 주요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행동에 나서고 있다. 5월 7일 중국 2위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오토의 전기차 사업부 지커는 미국 내 비상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최초의 사례가 됐다.
"일부 기존 고객들은 미국에서 상장폐지하고 대신 홍콩에 상장할 계획을 세웠다"며 "상장 후보자의 경우, 미국에 상장을 원하는 사람이 예전에는 약 20%였지만 지금은 5% 미만"이라고 창은 말했다. 그는 "홍콩은 그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오고 싶어하는 시장이며, 일부 투자 은행들은 이러한 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 팀을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홍콩 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폴 찬 재무장관은 지난달 홍콩증권거래청산(HKEX)과 증권선물위원회(SFC)에 미국 상장 기업들의 홍콩 입주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크리스토퍼 후이 금융서비스부 장관은 "정부는 HKEX와 SFC에 홍콩을 미국 상장 본토 주식 반환을 위한 우선 상장 목적지로 만들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칼슨 통 HKEX 회장은 "HKEX는 해외 상장 기업이 홍콩에서 1차 또는 2차 상장을 모색할 수 있는 확립된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글로벌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지난주 해외 상장 본토 기업들의 '귀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8년 HKEX는 다양한 주식 등급을 가진 기업이 홍콩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을 도입했다. 이후 약 360개의 신흥 기업이 기업공개를 통해 홍콩에서 1조 3,000억 홍콩 달러(약 1,330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이 중 33개 미국 상장 기업은 이중 1차 또는 2차 상장을 추진했다. 이러한 개혁으로 샤오미, 메이투안, 알리바바 등 중국 대기업들의 홍콩 상장이 가능해졌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PDD 홀딩스와 중개업체 푸투 홀딩스가 홍콩 상장 요건을 충족한 미국 본토 기업 27개 중 하나였으며, 최소 170개 기업이 미국에서 철수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홍콩 시장의 활기도 미국 상장 기업들을 유인하는 요소다. 올해 첫 4개월 동안 홍콩의 일일 거래 회전율은 1년 전보다 144% 급증한 2,504억 홍콩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의 성과로 인한 랠리에 힘입은 결과다. 런던 증권거래소 그룹의 데이터에 따르면 15개 기업이 2025년 첫 3개월 동안 IPO를 통해 23억 달러를 조달했다.
위랩 은행의 회장이자 전 금융서비스부 장관인 챈 카쿵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사실 홍콩의 IPO 시장에 좋은 일"이라며 "상장폐지 위협이 다시 시작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들에 의해 주식이 계속 거래될 수 있도록 홍콩 상장을 다시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인드웍스의 창업자 데이비드 창은 홍콩이 더 많은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승인 절차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상장 절차는 여전히 미국에 비해 느리고 경직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홍콩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일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기업들의 재상장을 단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 당국은 앞으로 상장 절차 간소화, 신속한 승인 시스템 구축, 자금 지원 확대, 해외 투자자 유치 등 다각적인 방안을 통해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귀향'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