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의 희토류 재고가 수개월 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급망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이 이달 초 디스프로슘·터븀·사마륨 등 '중희토류' 7종과 자석류의 수출을 제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들 자원은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전투기 및 미사일 등의 핵심 부품에 사용된다.
프랑크푸르트 소재 금속 트레이딩 업체 트라디움의 야네 기제 트레이더는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공급업체가 자석 재고를 2~3개월치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 기간 안에 유럽이나 일본으로 공급이 되지 않으면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수출업체들에 개별 수출 건마다 면허를 취득하도록 의무화하고 미국으로의 재수출을 금지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집행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중국 수출업체들은 이미 해외 선적을 취소하고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시장에서 물량을 회수한 상태다.
도쿄의 한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FT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테슬라를 비롯한 전 세계 전기차 제조사에 매우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단순한 관세 맞대응이 아니라 자국에 유리한 구조적 압박을 가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중희토류는 지각 내 분포는 많지만 정제와 추출이 까다롭고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해 전 세계 생산의 대부분을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 현재 타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응으로 일본은 호주의 라이너스와 손잡고 말레이시아 공장을 확장 중이며 올해 중반까지 디스프로슘·터븀의 자립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국가 비축분이 일부 존재하더라도 업계 재고와 합쳐봐야 3개월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비상시를 대비한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자국 내 희토류 원료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얀마 내전으로 중희토류 원광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출 제한이 국내 수요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FT는 “이번 조치는 중국이 반도체 기술 봉쇄에 대응해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온 전략 광물 통제 조치의 연장선”이라면서 “현재까지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등 ‘경희토류’는 통제 대상이 아니지만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 이들 품목도 통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