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여파로 국제 유가 하락세, 러시아산 원유 2년 만에 50달러선 붕괴

뉴스위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연간 500억 달러(약 71조 원)의 세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엘비라 나비울리나는 최근 "이러한 관세 전쟁이 계속되고 확대되는 것을 보고 있다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세계 무역, 세계 경제, 심지어 우리의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국영 언론을 통해 밝혔다.
지난 1월 15일 이후 국제 유가는 급격히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3달러에서 현재 64달러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같은 기간 78달러에서 60달러로 폭락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원유 수출 가격 벤치마크인 우랄 원유는 거의 2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레이 달리오는 최근 트럼프의 관세와 주식시장 난기류에 대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매우 가깝다"며 "경기침체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을 주시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G7 가격 상한제로 이중고... 러시아 석유·가스 수출 타격
2022년 G7 국가, 호주,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배럴당 60달러의 가격 상한제를 시행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경제에 대한 제재의 일환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영국과 다른 G7 국가들이 유가가 60달러 한도 아래로 떨어진 후 60달러 상한선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서리 대학의 에릭 골슨 경제학 부교수는 "유가는 지난해 평균에 비해 지금까지 약 25% 하락했으며, 이는 러시아의 연간 예상 세입 손실이 500억 달러에 해당한다"고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유가가 하락한 것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러시아의 석유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핀란드 투르쿠 대학의 카리 리우토 국제경영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목적은 유가를 폭락시키는 것이 아니었겠지만, 저유가는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뉴스위크에 밝혔다. 그는 "러시아 지도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유가가 몇 년 동안 낮게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피하기 위해 '그림자 선단'을 운영하며 인도와 중국 등에 원유를 판매해왔다. 이 '그림자 선단'은 전 세계 유조선 수의 약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 싱크탱크의 부연구원이자 독립상품정보서비스(ICIS)의 에너지 시장 선임 기자인 아우라 사바두스는 "러시아는 특히 중국과 인도와 같은 많은 구매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G7은 2023년 12월 발표에서 원유 가격 상한제가 시행된 해인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러시아의 석유 및 석유 제품 수출로 인한 세수가 거의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 미·중 관세 전쟁 격화... 러시아 가스 수출도 직격탄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 류펑위는 지난주 뉴스위크에 "중국은 이 전쟁을 치르고 싶어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석유뿐만 아니라 러시아 가스 수출도 타격을 입고 있다. 사바두스 기자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세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유가에 대한 영향의 결과로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다음에는 가스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가 정말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가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2022년 이전 유럽 가스 수입의 최대 40%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해 약 11%로 줄어든 상태다. 그동안 미국과 카타르 등이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프랑스 에너지 회사 엔지(Engie)의 디디에 올로 부사장은 지난 14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합리적인 평화가 있다면 유럽은 LNG를 포함하여 연간 600억~700억 입방미터의 러시아 가스 수입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모스크바는 유럽연합 수요의 20~25%를 공급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의 잭 샤플스 선임 연구원은 최근 RUSI 싱크탱크 컨퍼런스에서 유럽을 통한 러시아의 가스 흐름을 재개하는 데 많은 장애물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 국영 가스 대기업 가즈프롬에 대한 중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편, 러시아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방비 지출 증가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일부 지표에 따르면 러시아는 유럽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