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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화오션, FPSO 시장 판도 바꾼다…'기술 독립·해외 M&A'로 종합 해양 강자 도약

싱가포르 다이나맥 인수로 생산 기지 확보…독자 설계·핵심 인재 영입해 기술력 ↑
단순 조선업 넘어 ‘종합 해양 서비스 기업’ 변신 속도…세계 FPSO 시장 주도권 경쟁 나선다
필리프 레비 한화오션 해양사업부 대표. 한화오션은 다이나맥 인수, 자체 설계 역량 강화, 핵심 전문 인력 확보라는 세 축을 발판 삼아 FPSO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필리프 레비 한화오션 해양사업부 대표. 한화오션은 다이나맥 인수, 자체 설계 역량 강화, 핵심 전문 인력 확보라는 세 축을 발판 삼아 FPSO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최근 다이나맥 홀딩스 인수와 핵심 임원 영입으로 해양 부문 성장 동력을 확보한 한화오션은 FPSO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고 업스트림 온라인이 지난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단순 조선소를 넘어 해양플랜트 분야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행보로, 회사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FPSO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vessel)의 줄임말로, 바다 위 유전이나 가스전에서 원유와 가스의 생산, 정제, 저장, 하역까지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대규모 복합 해양 설비다. 고정식 구조물과 달리 이동할 수 있어 깊은 바다 유전 개발의 유용성과 경제성을 크게 높이는 핵심 설비다. FPSO는 바닷속에서 뽑아 올린 원유와 가스를 배 위에서 바로 처리해 저장 탱크에 담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왕복 유조선 등으로 육지 기지로 옮기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친환경 설비, 디지털 자동화 기술 등을 더해 더욱 발전하고 있다.

한화오션 해양사업부를 이끄는 필리프 레비 대표는 최근 '업스트림'과의 단독 회견에서 회사의 구체적인 FPSO 시장 전략을 밝혔다. 그는 "한화오션은 대형 해양 에너지 개발 기업들과 힘을 합쳐 갈수록 커지고 복잡해지는 FPSO에 대한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레비 대표는 "화석 연료의 미래가 불확실한 가운데, 운영사들이 새로운 해양 석유와 가스 사업의 가치를 최대한 빨리 끌어올리도록 돕는 선박 건조에 힘쓸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자체 FPSO 설계 역량을 갖추고, 경험 많은 외부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한화오션은 세계 에너지 시장 변화와 고객사 요구에 맞춰 여러 바다 환경에 쓸 수 있는 표준 FPSO 설계 기반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납기 단축, 비용 절감, 품질 향상을 이루려 한다. 또한 탄소 배출 저감 기술, 친환경 연료 사용, 지능형 설비 기술 같은 차세대 기술을 설계 첫 단계부터 적극 담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세계 해양 설비 사업 경험이 풍부한 최고 수준의 기술자와 사업 관리자 등 핵심 인력을 많이 데려와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키우고, 해양 설비 각 분야 전문 인재도 적극 길러 장기 경쟁력 바탕을 다진다.

◇ '다이나맥 인수' 승부수…FPSO 수직계열화 완성


한화오션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DSME)에서 이름을 바꾼 뒤 해양 사업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2024년 11월 싱가포르의 해양 설비 상부구조물(톱사이드)과 부분 장치(모듈) 제작 전문기업인 다이나맥 홀딩스를 인수했다. 다이나맥은 FPSO 부분 장치 분야에서 세계 선두 기업 가운데 하나이며, 셸(Shell), 엑손모빌(ExxonMobil), SBM 오프쇼어(SBM Offshore) 같은 세계 유수 에너지 기업들과 많은 사업 수행 경험을 갖추고 있다. 올해 이 회사 이름을 '한화 오프쇼어 싱가포르(Hanwha Offshore Singapore)'로 바꾸고 공식 출범시켜 FPSO 사업 확대의 터를 닦았다. 다이나맥 인수로 한화오션은 FPSO 설계부터 부분 장치 제작, 조립, 시운전에 이르는 수직계열화한 가치 사슬을 이루었으며, 한화 오프쇼어 싱가포르를 세계 해양 설비 중심지로 키워 싱가포르의 전략적 위치와 현지 전문 인력, 기술과 경험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의 이러한 행보는 FPSO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미래 성장을 앞당기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 '초대형·고효율·친환경'…한화오션 FPSO 전략 핵심은?


한화오션의 FPSO 시장 공략 전략은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첫째, 대형 에너지 기업들(엑손모빌, 셸, 토탈에너지스 등)과 손잡고 하루 20만~30만 배럴 규모의 초대형 FPSO와 깊은 바다, 극지 같은 특수 환경에 맞춘 어려운 FPSO 사업에 힘을 쏟는다. 둘째, 설계, 부분 장치 제작, 선박 건조를 함께 진행하는 공정으로 사업 납기를 크게 줄이고 비용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 고객사의 투자금 회수 기간을 줄이는 데 이바지한다.

셋째, FPSO에 탄소 포집 장치(CCS), 친환경 연료 엔진, 에너지 절감 체계 등을 적극 쓰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탕의 자동화와 원격 제어 체계를 적용한 지능형 설비 기술로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함께 높인다. 이를 통해 설계부터 조달, 시공, 시운전, 유지보수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일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세계 FPSO 시장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해마다 평균 6~7%씩 꾸준히 성장하며, 한 해 10~15기의 새로운 발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유망한 시장이다. 특히 브라질(페트로브라스), 서아프리카(나이지리아, 앙골라),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지역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으며, 기술 면에서는 대형화, 심해화, 친환경화, 디지털화가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FPSO 시장 본격 공략으로 2025년 뒤부터 해양 설비 부문 수주를 크게 넓히고 관련 매출 비중을 많이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우리나라 조선·해양 설비 '빅3'의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하고, 세계 시장에서 주도하는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화 오프쇼어 싱가포르와의 협력 효과를 통한 원가 경쟁력과 품질 향상, 친환경·지능형 FPSO 시장을 이끄는 등의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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