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대만 중소 수출업계,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에 '비상'

지난 2023년 4월 18일(현지시각) 대만 제조업 중심지 타이중의 타이중항에서 수출품을 실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4월 18일(현지시각) 대만 제조업 중심지 타이중의 타이중항에서 수출품을 실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대만 중서부의 제조업 중심지 타이중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대만의 핵심 수출 거점인 이 지역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트럼프발 관세 그 자체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더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타이중 일대의 중소 수출업체들을 최근 취재한 결과 "미국에 직접 수출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영향으로 생산과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현지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만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당초 예고된 32%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중국산 제품에는 무려 14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됐다.
이로 인해 중국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자 대만 업체들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기대도 잠시, 중국 제품이 제3국 시장으로 우회 수출되면서 되려 가격경쟁의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타이중은 대만 중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약 280만명의 인구를 가진 대만 제2의 도시이자 제조업과 수출산업의 중심지다. 정밀기계, 자전거 부품, 배관제품, 섬유, 금속 가공 등 다양한 중소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으며 대만의 수출 제조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거점으로 기능해왔다.

이 지역에서 공작기계 부품을 제조하는 이지스 CNC의 알렉스 탕 대표는 “우리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지 않지만 우리 고객사들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간접 타격을 입고 있다”며 “미국 바이어들이 일시적으로 발주를 중단하거나 전략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지스 CNC의 영업 매니저 캐서린 옌은 “나는 매일 중동과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찾느라 뛰어다니고 있다”며 “직접적인 수출 감소도 문제지만 협력사 간 연결망이 흔들리는 게 더 두렵다. 태풍의 눈은 미국 수출 급감이지만 주변의 파장이 타이중 전체를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섬유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장화 지역의 섬유업체 선젠의 바이 찬중 대표는 “관세 부과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야말로 멍했다”며 “이미 원자재 가격, 인건비, 유럽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또 하나의 변수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대만에는 약 14만4000개의 중소 제조업체가 있으며 이들이 고용하는 인력만 200만명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전체 제조업 수출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으나 다수는 더 큰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거나 위탁 생산을 하는 구조여서 실제 영향력은 통계보다 훨씬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셸 시에 대만 중앙연구원(아카데미아 시니카) 사회학자는 “타이중을 비롯한 대만 중소기업들은 고객 맞춤형 소량 생산, 유연한 공급망으로 강한 경쟁력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이런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대만, 특히 타이중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이제 관세라는 숫자보다도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과 전 세계 공급망 재편 속도에 긴장하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