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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 패권 시대 저무나...투자 전략 '대변화' 불가피

미국 통화·주식 동반 하락 시나리오 대비...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수
트럼프發 경제 충격에 국제 자본 이동 가속 전망
미국 달러의 패권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투자 전략에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통화와 주식의 동반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필수적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촉발한 충격으로 국제 자본 이동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의 패권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투자 전략에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통화와 주식의 동반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필수적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촉발한 충격으로 국제 자본 이동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로이터
미국 달러화의 구조적 약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여파로 촉발된 달러 약세는 지난 15년간 지속된 투자 환경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예고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최근 발표된 관세 인상 소식에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월스트리트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휩싸였다. 시장은 보호주의 강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온 미국의 경제적 지배력에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미국 자산에 과도하게 집중 투자해 왔던 국제 자금 관리자들은 새로운 고수익 투자처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동안 해외 주식 투자를 외면해 왔던 미국 투자자들 역시 더는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스위스 픽테 자산 운용의 루카 파올리니 최고 전략가는 "향후 5년 안에 달러 가치가 추가적으로 10%에서 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 전략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현재 자산관리 업계는 잠재적인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단기적 방어 조치를 취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별개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 엔비디아,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슨트 7' 주식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최근 추세와도 맞닿아 있다.

◇ 미국 예외주의 시대의 종언


지난 10년 반 동안 이들 7개 기업은 미국 주식시장의 놀라운 수익률 상승을 견인했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46배에 달했다. 이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은 작은 충격에도 주가 급락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매그니피슨트 7을 제외하더라도 15년 전 S&P500 지수에 투자한 미국인들은 약 38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환헤지를 하지 않고 동일한 투자를 단행한 유럽인들은 유로화 대비 달러화가 20% 이상 상승한 덕분에 약 490%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 주식은 유로화 기준으로는 약 220%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150%에 그쳤다. 일본 주식 역시 닛케이225 지수가 엔화 기준으로는 300% 상승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160% 상승에 머물렀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개인 퇴직 계좌(401k)에 적극적으로 편입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해외 수익의 달러 환산 가치를 낮춰 미국 주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외국 주식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달러 약세 시기에 S&P500 지수를 매수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은 하락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7년 동안은 달러화와 미국 주식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기술주뿐만 아니라 산업재 등 환율에 민감한 업종을 포함한 미국 자산 전반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던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 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두 가지 주요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하며 기업 비용을 절감했고, 달러는 일종의 '페트로 달러'로서 위상을 확립했다. 투자자들은 2014년 국제유가 급락 시 미국 경제가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유가 상승 시에는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역발상적인 교훈을 얻었다.

둘째,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도 미국의 소비 지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글로벌 서비스 수출을 주도하는 기술 부문의 성장, 그리고 주식시장 호황으로 인한 자산효과 등에 힘입은 결과였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요인들이 상당 부분 역전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투자자들은 통화 약세와 함께 주식시장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적자 감축을 공약했지만, 이는 오히려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이미 주식시장을 폭락시키고 중국의 보복을 야기했으며, 유럽으로부터 미국 기술 대기업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 분산 투자,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부상


새로운 경제 환경은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이후 투자자들이 기술주와 미국 주식 모두를 외면했던 시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당시에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로 자본이 유입되면서 달러화와 주식시장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제프 슐츠는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S&P500 지수가 부진했을 때 국제 주식이 역사적으로 그 공백을 메워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경우 MSCI EAFE 지수와 MSCI 신흥시장 지수가 미국 벤치마크 지수를 각각 연간 평균 2.0%포인트와 12.1%포인트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달러 약세는 개발도상국의 재정 건전성을 지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재정 부양책, 산업 정책, 에너지 독립 등을 통해 미국과의 성장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기대감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2000년대와 분명히 다르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미국의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제와 달리 다른 국가들은 무역에 훨씬 더 많이 노출돼 있으며, 중국이 쏟아내는 저가 상품의 물결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에 남아 환율 위험을 회피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는 비용이 많이 든다. 또 다른 선택지는 저평가된 가치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으로 재편될 경제는 소비보다는 투자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나이키 신발이든 제너럴모터스의 SUV든 생산시설을 국내로 이전하는 유일하게 수익성 있는 방법은 노동력 대신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재 제조업체들은 결국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현재 전 세계 공급망의 무분별한 붕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주식의 장기적인 상승 여력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모든 투자 방안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분산 투자가 단순한 전략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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