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형 모델 버리고 '개방' 택한 中 기업들...생존 경쟁 본격화
"개발자 마음 얻어야 성공"...기술 공유, 협력 통한 AI 생태계 확장 노린다
"개발자 마음 얻어야 성공"...기술 공유, 협력 통한 AI 생태계 확장 노린다

중국 인공지능(AI)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딥시크(DeepSeek)'의 성공 이후, '오픈소스'를 택하는 AI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면서다. 폐쇄형 모델을 고수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기술 공유와 협력을 통해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하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달, 딥시크는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공개하며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딥시크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오픈소스'라는 점이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본 코드를 공개했다.
설립 1년 만에 중국 AI 분야 선두 주자로 떠오른 딥시크의 행보는 경쟁사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한 파운데이션 모델 제공 기업의 투자자는 "딥시크의 오픈소스 모델 출시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모두가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틱톡 소유주 바이트댄스, 모바일 게임 개발사 미호요 등 중국 IT 기업 출신들이 설립한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은, 그동안 폐쇄형 모델 개발에 주력해온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메타(Meta)가 오픈소스 '라마(Llama)' 모델 시리즈를 출시해 전 세계 AI 연구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상황이 변했다. 딥시크의 성공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실제로, 검색 엔진 소고(Sogou)의 전 CEO 왕샤오촨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바이촨(Baichuan)'은 지난달 기업 고객 대상 LLM 가격을 75%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은 상하이 기반의 '미니맥스(MiniMax)' 역시 오픈소스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말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의 허가 시스템 도입 이후 두 개의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 사이버 공간 관리국은 바이두, 바이트댄스, 센스타임 등 100개 이상의 LLM 공개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모델 중 상당한 성과를 거둔 모델은 드물다. 스타트업들은 더 많은 개발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략을 고치고 있다.
중국 유수 AI 기업의 한 임원은 "폐쇄형 환경에서 최고 모델을 만들 수 없다면, 차선책은 그다음으로 좋은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이라며 "이는 더 많은 개발자의 관심을 얻는 방법이다. 개발자들이 더 많이 사용하면 피드백을 통해 모델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소스 전략은 신규 사용자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수익 창출은 여전히 과제다. 센스타임의 제품 매니저 천빙타오는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AI 스타트업은 모델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딥시크는 벤처 캐피털로부터 수억 달러를 투자받았으며, 수개월 내 소비자용 챗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픈소스 모델 출시의 가장 큰 이점은 AI 개발자 커뮤니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발자들은 회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앞선 AI 기업 임원은 "유용하다면 개발자들은 사용할 것이다. 오픈소스라면 개발자들은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 모델에 사용된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있고 숨겨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픈소스는 중국 기업이 오픈AI를 따라잡을 수 있는 중요한 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