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PC·콘솔 출시 예정

'던전 앤 파이터'라기엔 액션성, 조작감이 둔탁하다. '소울라이크'라기엔 게이머 의도대로 풀어나갈 부분이 과할 정도로 많다. 양쪽 모두에 걸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넥슨 산하 네오플이 오는 28일 PC와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플랫폼에 출시할 예정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사전에 플레이한 본 기자의 소감을 정리한 것이다.
'카잔'이란 이름은 던전 앤 파이터(던파)를 플레이한 이용자라면 익숙할 것이다. 최초의 캐릭터 '귀검사'가 다름 아닌 '카잔 증후군'의 환자인 것으로 묘사되는 만큼 올드 게이머라면 익숙할 수 밖에 없는 이름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카잔은 오래전 제국의 영웅이나, 모함을 받아 사망하고 만 비극적인 영웅임이 알려진다. 동시에 생전의 원한으로 인해 '최초의 버서커'이자 인류를 파멸시키는 소멸의 신으로 타락한 '사연 있는 악당'이기도 하다. 종국에는 '공포의 대지' 던전에서 그를 보스 몬스터로 만나 처치함으로서 한 많은 그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던파의 서사를 IP화는 이른바 '던파 유니버스' 프로젝트의 첨병 역할을 맡은 게임이다. 던파 속 카잔의 이야기를 다크 판타지 액션 RPG로 재해석했으며 '설산에서 사망했던 카잔이 사실 죽지 않고 제국에 복수하는' 원작 던파의 평행 세계 이야기를 다룬다.
카잔의 뼈대는 익히 알려진대로 '소울라이크', 즉 일본의 다크소울과 유사한 게임이다. 공격이나 가드(방어), 회피를 하면 지구력이 소모되고, 지구력을 모두 소모하며 방어를 하면 '탈진' 상태에 빠져 위기에 처한다. 주인공의 공격은 둔중하고, 적의 공격은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와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에게 손실과 죽음을 강요한다.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서 보스 몬스터에게 수 십 번은 죽어가며 게임을 클리어해야한다.
다만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다크소울'과는 전혀 다른 해석들이 눈에 띈다. 성장을 통해 지구력을 빠르게 쌓아 올릴 수 있다. 다양한 액션들의 해금으로 방어와 회피, 반격이 보다 자유로워지며 전투에 도움이 되는 여러 소모품들도 활용 가능하다. '고수'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실력과 성장, 전술이 받쳐준다면 몇몇 보스는 한 번도 피해를 받지 않고 클리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정도다.
소울라이크로서 부족한 요소는 원작 '던파'와 같은 감성들이 채운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액션은 원작만큼의 빠르고 경쾌한 템포는 아닐지라도 그 나름대로 '액션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퍼스트 버서커'라는 가제 답게 성장할수록 원작의 '버서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유혈낭자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점도 소소한 재미다.

서사 또한 '던파 IP 기반의 다크 판타지'에 충실하다. 마교에 빠진 듯 숭배에 몰두하는 용인들, 척 보기에도 얕볼 수 없는 신비로운 존재, 카잔의 복수에 당위성을 갖게 하는 '빌런'들까지 대체로 설득력 있게 구현됐다. 셀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구현된 연출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높은 완성도를 갖춘 액션 RPG였지만 원작 던파에 깊이 빠진 사람에게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경험으로, 소울라이크 코어 팬층에게는 '양념'이 과도하게 된 퓨전 요리로 느껴질 여지가 있다. 추가 업데이트나 프로모션 등을 통해 '타깃 이용자층'을 명확히 해 새로운 팬층을 창출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넥슨은 25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자체 IP의 프랜차이즈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카잔은 기존의 팬덤과 조금은 다른 팬층을 형성해 '던파 유니버스'라는 IP 프랜차이즈의 토대 역할을 할 자격이 있다. 확장팩이나 후속작 등을 통해 던파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풀어나가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원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