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약 8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2284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8380억 원을 팔아치우며 양대 시장에서 매도 공세를 이어갔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의 보유 금액은 667조5868억 원으로 31.79%로 집계됐다. 지난 3월 5일은 31.57%로 지난 2023년 8월 31일(31.55%)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 중 삼성전자(2조6033억 원)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반면, 같은 반도체 업종인 SK하이닉스(1조5958억 원)를 가장 많이 사들이며 상반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팔자' 행렬 중이다. 이는 역대 외국인 월별 연속 순매도세 기록으로 3위에 해당한다.
역대 최장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지난 2007년 6월부터 2008년 4월까지 기록한 11개월이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2조4991억 원 규모로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역대 2위(2002년 2~9월, 연속 8개월) 기록과 동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외국인의 국내주식시장 이탈이 지속되는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 확대와 고환율이 꼽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관세는 달러 강세 요인이고, 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 자산'으로 옮겨타려는 움직임과 연관 있어 추세적으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 비중 축소하는 방향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권가는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주도 장세가 마무리되면서 2분기 이후에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3월을 정점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매도 재개가 외국인의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계엄령 사태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선 전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경기 불안과 정치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향후 정치 리스크 해소 이후 환율이 안정되면 외국인의 수급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탄핵 심판 선고 등 국내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면 원·달러 환율은 올해 상반기 중 1300원 중반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외국인은 환차익을 기대하며 순매수로 전환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원화 강세가 예상되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화될 것"이라며 "특히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본격화될 경우 외국인 순매수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이 8개월 동안 과매도하면서 코스피 내 외국인 지분율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라며 "국내 경제 펀더멘털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2분기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신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3월 말 공매도 재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달 말 전면 재개하는 공매도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참여도를 증가시킬 것이란 예상도 코스피 흐름엔 호재란 평가다.
배철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서도 공매도 재개는 위축됐던 외국인 매매 비중을 회복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 저점을 통과하는 국면인 외국인의 국내 주식·선물 수급은 비중 축소보단 확대 여력이 훨씬 더 크단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