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두 자릿수 목표 설정...도이모이 시대 종식 선언
권력 강화와 현대화 동시 추구, 성공 여부가 정치적 유산 좌우할 듯
권력 강화와 현대화 동시 추구, 성공 여부가 정치적 유산 좌우할 듯

투 람 서기장은 취임 10일 만에 새로운 시대를 선포하며 1986년부터 시작된 '도이모이(개혁개방)' 시대를 사실상 종식시켰다. 그는 이 새 시대를 '부온 민(부상)'으로 명명하고, 위기관리보다는 국가 부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전례 없는 행보로 2030년과 2045년을 목표로 하는 베트남의 100주년 비전을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과 연결시켰다. 이는 베트남 경제 정책의 중요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치적 경쟁자들이 그의 리더십에 도전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략적 포석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30년간 베트남 공산당을 지배해온 '네 가지 위협' 교리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1994년에 확립된 이 교리는 외부 세력의 '평화적 진화', 경제 발전 지연, 사회주의 노선 이탈, 부패를 주요 위험으로 규정했다.
전임 지도자들은 각각 다른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1990~2000년대 공산당 수장들(도 무오이, 레 카 피에우, 농 득 만)은 '평화적 진화'와 사회주의 이탈 위험에 집중했고, 2011~2024년 재임한 응우옌 푸 쫑은 부패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투 람은 이러한 흐름을 뒤바꿔, 경제 침체를 베트남의 가장 큰 위험으로 규정하고 급속한 현대화와 중진국 함정 탈출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의 대전략은 생존이 아닌 부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전임자들과 크게 다르다.
그는 당·국가 관료 조직의 대대적인 재편을 단행하고 있으며, 이는 도이모이 이후 베트남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개혁으로 평가된다. 기술 업그레이드와 혁신에 대한 강조는 이전 경제 모델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투 람의 개혁이 진정한 장기적 변화인지, 아니면 2026년 제14차 공산당 대회를 앞둔 정치적 연극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베트남 역사는 실현되지 못한 야심 찬 경제 계획들로 가득하다. 응우옌 탄 덩 전 총리도 고성장을 꿈꾸며 국영 대기업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했지만, 금융위기로 좌절된 바 있다.
또한, 베트남의 경제 궤적은 투 람이 통제할 수 없는 글로벌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재편은, 베트남이 가치사슬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예측이 어렵다.
그럼에도 투 람의 개혁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기대치를 높였다. 공산당이 두 자릿수 성장을 공식 목표로 채택한 것은, 미래 지도자들이 당의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런 야망을 철회하기 어렵게 만든다. 경제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지도자들은 이를 정당화하거나 정치적 후퇴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 람이 자유주의 개혁가라기보다 한국의 박정희와 같은 권위주의적 개발주의자의 틀에서 현대화를 추구하는 인물로 평가한다. 그의 개혁은 베트남의 국가와 경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가 최종적으로 성공하든 실패하든, 투 람은 베트남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치 지형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