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양회, 적극적 재정정책과 14년 만에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시사

중국이 올해도 지난해와 동일한 '5% 안팎'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며 내수 진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 불확실성 고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자신감을 표명하는 가운데 통화정책 기조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신중한' 기조에서 '적당히 완화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NG 경제 및 금융 분석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연례 양회(두 세션)가 다음 주 베이징에서 시작되며, 3월 4일에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 3월 5일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NPC)가 개막해 약 일주일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양회에서 주목할 사항은 리창(Li Qiang) 총리가 3월 5일에 발표할 정부 업무 보고서로, 주요 경제 성장 목표치가 제시될 예정이다. ING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가 '5% 안팎'에서 변동 없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1990년 성장 목표제를 도입한 이래 대부분 목표치를 달성했으며, 목표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 것은 1990년과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강화됐던 2022년 단 두 차례뿐이다.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목표 달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여주며, 목표치에 따라 재정 및 통화 지원의 강도가 결정된다.
ING는 "중국 지방 정부들이 이미 올해 성장 목표를 발표했으며, 대부분 5~6% 성장률로 설정되었고, 작년에 비해 목표치가 안정적이거나 약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지방의 합은 여전히 중국이 '약 5%' 목표를 설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그동안 유지해온 3%에서 2%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ING는 "지난 몇 년 동안 디플레이션 압력이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이션을 크게 밑도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목표치를 국제적으로 보다 부합되는 2%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선제적 재정정책"이라는 일반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재정 적자 목표치와 지방 정부 채권 발행 목표치가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재정정책이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별 국채 발행 규모는 2021년 3조6500억 위안에서 2025년에는 4조5000억 위안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에서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신중한 통화정책"에서 "적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기조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ING는 "이러한 변화는 올해 금리 및 지급준비율(RRR) 인하의 여지를 더 많이 수반할 것"이라며 "현재 7일물 역레포 금리가 30bp(기준점) 인하되고 올해 RRR이 100bp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며, 첫 번째 인하는 이르면 3월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예상보다 강력한 대외 수요와 제조업에 대한 파급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보호무역주의 고조로 대외 수요 전망이 약화될 것으로 보여 내수가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ING는 "지난해 양회에서 '내수 확대'는 세 번째 목표로 제시됐으나, 올해는 첫 번째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상 판매 확대 정책과 설비 갱신 보조금이 내수 지원책으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안정성과 관련해 ING는 미국 대선 이후 관세 인상 위협에도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의도적인 평가 절하는 관세의 영향을 상쇄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자본 유출 제한을 포함하여 지난 몇 년 동안 통화 안정에서 얻은 모든 이점을 날려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USDCNY) 환율은 7.00~7.40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관세가 예상보다 더 큰 피해를 주거나, 미국 통화정책이 더 매파적이거나, 중국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일 경우 7.50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 덩샤오핑의 남부 순회 당시 14%까지 치솟았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조 위안 경기부양책으로 다시 한번 14% 정도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단기적인 고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고 경제 구조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뉴 노멀 & 디레버리징' 정책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하여 최근에는 4~6% 수준에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회 기간 중 도시 실업률 목표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도시 실업률을 5.5% 수준으로 일관되게 유지하는 목표를 제시하며 매년 약 1100만~1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민은행(PBoC)은 통화 안정성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역순환 요인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도구의 일관된 적용은 경제 정책의 핵심 구성 요소로서 통화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ING는 위안화 환율 정책과 관련해 "합리적인 수준의 위안화 안정성 유지"라는 표현이 지난 10년 동안 대부분 사용되어 왔으며, 이번 양회에서도 이 문구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