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 변화 우려에 EU 독자노선 모색
독일·프랑스 "법적 부작용" 이유로 여전히 우려
독일·프랑스 "법적 부작용" 이유로 여전히 우려

블룸버그 통신은 EU가 러시아의 동결된 2800억 달러 규모 자산의 일부를 압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23일(현지 시각) 회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EU와 주요 7개국(G7), 호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약 2800억 달러를 증권과 현금 형태로 동결했다. 이 중 약 70%인 2500억 유로가 EU 역내에 예치돼 있으며, 대부분은 벨기에 소재 청산소인 유로클리어가 보관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제재로 주택, 요트, 개인 항공기 등 약 580억
달러의 자산이 추가로 동결됐다고 밝혔다.
G7은 지난해 6월 정상회의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에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EU도 동결 자산에서 연간 발생하는 약 30억 유로의 수익 중 90%를 무기 지원에, 10%를 재건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출되지 않은 독재자'로 지칭하고 러시아의 침공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전가하는 등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EU는 새로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회담 관계자들에 따르면, EU는 국제청구위원회가 동결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위원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을 산정하게 된다.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배상금 지불을 거부할 경우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며 "몰수된 자산의 가치는 향후 평화협정에서 러시아의 배상 의무액과 상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오는 3월 24일 국제청구위원회 설립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회담 관계자들은 "이 위원회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피해 배상 청구를 평가하고 구체적인 배상금액을 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러시아 자산 처리를 둘러싸고 미국과 EU는 입장차를 보여왔다. 물러난 바이든 행정부는 동결 자산 원금 자체를 몰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자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EU는 국제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과 해외 투자 위축 우려를 들어 원금 몰수에는 반대하고, 대신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해왔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일부 EU 회원국들은 자산 압류가 법적·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극단적 조치가 유로화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지난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동결된 2800억 달러의 국부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 자금의 일부를 자국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재건에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아니타 히퍼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 EU에 관한 어떤 것도 우크라이나와 EU 없이는 결정될 수 없다"며 "EU와 회원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포함한 어떤 회담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