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는 이날 장중 낙폭이 11%를 웃도는 폭락세를 기록했다.
오후 들어 낙폭이 일부 좁혀지기는 했지만 10.39달러(10.41%) 폭락한 89.40달러로 추락했다.
미·중 무역전쟁 직격탄과 백신 음모론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깜짝 실적
머크가 이날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매출은 156억2000만 달러, 조정치를 감안한 주당순익(EPS)은 1.72달러였다.
시장이 예상한 154억9000만 달러 매출에 1.62달러 EPS를 제쳤다.
특히 2023년 4분기 12억3000만 달러, 주당 0.48달러 손실에서 지난해 4분기에는 37억4000만 달러, 주당 1.48달러 순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인수와 구조조정 비용을 제외한 4분기 EPS가 1.72달러였다.
무역전쟁
그러나 머크 주가는 이날 폭락했다.
머크 베스트셀러 약품인 인간유두종(HPV) 백신 가다실 중국 수출이 중단된 탓이다.
머크는 4일 실적 발표에서 가다실 중국 수출이 중단됐다면서 그 여파로 올해 전체 매출이 지난해 매출 641억 달러와 크게 차이가 없는 641억~656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비관했다.
애널리스트들 전망치 673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예상이다.
머크는 가다실 백신 중국 출하가 최소 올해 중반까지 중단될 것이라는 점을 비관적 전망의 이유로 들었다.
머크는 무역전쟁을 그 이유로 꼽지는 않았다.
중국 협력사가 막대한 재고를 처리하고,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머크의 가다실 백신은 암치료제 키트루다에 이어 머크의 두번째 베스트셀러다.
미·중 무역전쟁이 직접 배경은 아니라고 해도 두 나라의 무역 갈등은 머크 실적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백신 회의론
머크 주가 폭락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백신 회의론도 있다.
미 공화당은 이날 당론으로 백신 음모론자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 지명자 상원 재무위원회청문회 통과를 이끌었다.
케네디가 보건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던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이 설득당하며 공화당 당론 투표에 따라 찬성표를 던진 덕이다.
케네디 지명자는 민주당 상원 의원 13명 전원이 반대했지만 공화당전원 찬성 속에 14-13으로 재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인준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미치 매코널(켄터키) 전 공화당 상원 대표,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 등 공화당 상원 의원 3명이 반대하고 있지만 캐시디 의원이 찬성으로 마음을 바꾸면서 케네디의 보건장관 인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은 의석수가 53석으로 47석에 그친 민주당을 제치고 상원을 장악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당연직 상원 의장이다.
케네디는 자신이 백신 회의론자나 음모론자가 아니고 그저 백신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는 오랫동안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말해왔다.
케네디를 보건장관으로 지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이런 음모론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지난 20년 동안 자폐증 아이들이 급증했다면서 백신 안전성에 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케네디를 강력히 지지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1만명당 1명꼴로 자폐증이었지만 지금은 34명당 1명꼴로 자폐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는 가짜뉴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00년에는 150명 가운데 한 명, 지금은 36명 가운데 한 명이 ‘자폐스펙트럼(ASD)’ 진단을 받는다.
가짜뉴스까지 동원하며 백신 음모론을 펼치고 있는 대통령과 보건장관 지명자가 백신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머크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