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철강 3사, 내수↓·무역장벽에 '실적 부진'…버티기·승부수로 돌파

건축 착공 감소에 中·日 밀어내기 겹쳐
PF 위기 지속·트럼프 보호무역으로
올해도 철강사들 주름 깊어져
생산 감축과 다변화로 '승부수'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에서 쇳물이 출선되고 있다. 사진=포스코이미지 확대보기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에서 쇳물이 출선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가 영업이익 감소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동산 한파가 이어지며 철근을 중심으로 내수가 줄고, 일본과 중국 등에서 중후판과 열연강판이 저가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실적 부진에 대응해 생산을 줄이는 ‘버티기’와 해외 거점을 확보하거나 신소재 사업에 투자하는 ‘승부수’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매출 23조453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5% 줄고, 영업이익은 60.9% 감소한 3125억원을 낸 것으로 예측된다. 동국제강은 매출이 3조5749억원으로 36% 가까이 늘지만 영업이익이 1380억원으로 41.4%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1~9월 기준으로 매출은 33조487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3%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조3303억원으로 32% 감소했다.

철강 제품의 대표적인 수요처인 건설업계가 착공을 머뭇거리며 내수가 부진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해 1~11월 국내 건축 착공 연면적은 7113만㎡를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지만, 당시 착공 면적이 평년의 3분의 1 넘게 확 줄어든 기저효과다.
대외 요인도 철강업계의 근심거리다. 한국 철강사들은 품질 경쟁력이 우수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중국·일본발(發) 철강재 물량 밀어내기에 취약하다. 호황인 조선업계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저렴한 중국산 중후판과 열연강판을 한국산과 같이 쓰고 있다. 이에 더해 각국이 철강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철강사들이 시장 다변화에 나서기 어렵다.

이에 따라 철강제품 생산도 위축됐다. 한국철강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1~3분기 한국 철강사들의 철근 생산량은 591만 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줄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던 2021년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했다. 호황인 조선업계에 주로 쓰이는 열연강판과 중후판도 1118톤, 648톤을 생산해 8.6%, 0.6% 감소했다.

올해 철강 산업도 지난해처럼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며 글로벌 철강 무역 장벽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철강사들은 단기적인 수요 부진에 대응해 철강 생산을 줄이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이날부터 27일까지 인천 2철근 공장 가동을 멈춘다. 포항2공장은 이미 가동률을 줄였다. 동국제강도 올해부터 철근 공장의 가동률을 약 5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잇달아 폐쇄했다.

버티기와 함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돌파구도 찾아 나섰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사업성이 낮은 사업을 매각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미래 소재 분야에 투자를 단행했다. 주요 리튬 생산지인 아르헨티나에 일찍이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하고 생산 현지화 전략을 펴기 위해 미국에 쇳물 생산 시설을 포함해 제철소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철근 제품이 공장 한켠에 놓여 있다. 사진=현대제철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제철이 생산한 철근 제품이 공장 한켠에 놓여 있다. 사진=현대제철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