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 자동차에서 닛산에 구원투수로 파견돼 닛산을 20년 가까이 이끌었던 곤 전 회장의 저주에 가까운 경고다. 그는 쇠락하던 닛산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렸지만 일본인들에게 ‘미운 털’이 박혀 부패 혐의로 기소된 뒤 일본을 탈출해 지금까지 레바논에 머물고 있다.
비용절감 학살
곤은 CNBC와 인터뷰에서 닛산이 혼다와 합병하면 비용절감이라는 ‘학살’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사가 합병하면 “추호의 의심도 없이 혼다가 운전석에 앉을 것”이라면서 “19년 동안 닛산을 이끌어 업계 선두 주자로 앉힌 내가 이 모습을 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라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은 “닛산과 혼다는 완전히 복제품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이때문에 (두 회사가 합병하면) 그들(닛산)이 (비용절감이라는) 학살극의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는 “닛산과 혼다는 서로 보완할 만한 점이 실질적으로 단 한 개도 없다”면서 “이때문에 두 회사가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비용절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은 이 비용절감을 누가 부담하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희생은 주도권을 쥐지 못한 닛산의 몫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혼다가 주도
합병사는 혼다가 주도하게 된다.
시가총액이 혼다가 닛산을 압도하고 있어 합병사를 아우를 지주회사는 혼다 주도로 도쿄증권거래소(TSE)에 상장된다.
지주사 이사들도 대부분 혼다가 지명할 전망이다.
지주사에는 닛산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미쓰비시 자동차도 합류하게 된다.
혼다와 닛산은 23일 합병을 위한 협상을 공식 개시한다면서 미국과 달리 일본내 혼다와 닛산 간 합병에는 대규모 인원 감축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곤의 경고는 이런 주장이 그저 희망사항일 뿐임을 시사한다.
파란만장
곤은 1999년 3월 프랑스 르노가 닛산과 르노-닛산 동맹을 구축하고, 같은 해 5월 닛산 지분 36.8%를 인수하면서 닛산에 구원투수로 파견됐다. 그는 한 달 뒤인 1999년 6월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되면서 닛산 경영에 뛰어들었다.
이후 르노-닛산 동맹은 닛산이 미쓰비시 자동차 지분을 27% 넘게 사들이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3각 동맹으로 확대됐다.
곤이 주도하고 이끈 이 프랑스와 일본 자동차 업체간 3각 동맹은 탄탄한 성과를 내며 시장을 주도해갔다.
곤은 특히 2013년 전기차 리프를 출시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레바논계 프랑스인 곤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원 감축을 주도하며 일본에서 불만이 높던 가운데 3각 동맹을 합병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다 역풍을 맞았다.
대규모 감원으로 일본인들의 눈 밖에 난 곤은 민심을 등에 업은 일본 검찰의 수사 뒤 부패혐의로 기소됐고 2018년 11월 일본을 탈출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