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브라우저 '크롬' 사업부 분리 매각 등을 요구한 자국 법무부에 반대하며 자체적인 해결 방안을 담은 '역제안'을 내놓았다.
리앤 멀홀랜드 구글 규제 담당 이사는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당사는 법무부의 검색 엔진 소송에 강하게 반대하며 항소에 나설 것"이라며 "2025년 4월 구제 요청 심리 시점에 법원 결정에 가장 부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법무부는 2020년 10월,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며 셔먼법(연방 반 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약 4년에 걸친 소송전 끝에 올 8월 1심 판결에서 법무부가 승소했다. 이후 법무부는 11월 크롬의 분리 매각, 구글의 검색 정보 관련 업체 투자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독점 문제 구제 제안서를 연방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의 제안이 개입주의의 결과물이자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법원 결정이 실제로 다루는 '검색 엔진 배포 파트너' 계약 관련 문제를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를 문제 삼은 제안"이라며 "구글의 AI 개발이나 웹 정보 크롤링, 알고리즘 개발 등 분야가 반 경쟁적이라고 보고 있다면 그와 관련된 추가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제시한 역제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웹 브라우저 계약에 있어 파트너들이 최소 12개월마다 검색 엔진 제공자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외에도 법원이 지적한 '독점적이고 강제적인' 계약 조건을 완화, 파트너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안드로이드 계약 부문에 있어선 기기 제조사들이 크롬과 무관하게 검색 엔진을 불러오는 기능을 지원, 구글이 아닌 다른 경쟁사들의 광고 게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방한다. 구글 측은 입장문에서 경쟁사의 예시로 검색 엔진 업계 대항마 '빙'을 운영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직접 거론했다.
구글의 역제안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은 다수 엇갈린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구글, 검색 파트너십 반독점 제안으로 '식히기(Water Down)' 시도", 와이어드는 "구글이 '파트너사에 제미나이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하다"는 등 대체로 '타협안'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구글이 법무부 제안서가 '극단적'이라고 맞서다"라며 이번 제안이 '맞불 작전'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는 "구글 반독점 소송: 크롬이 판매돼야 하는 이유와 이후에 일어날 일"이라는 제목으로 분리 매각을 주장하는 법무부 관점에서 보도했다.
법무부가 제시한 크롬 분리 매각에 대한 업계 반응도 엇갈린다. 일례로 모질라 재단은 "미국 정부 대 구글 소송전의 구제 제안서는 독립 브라우저 생태계를 위협한다"며 법무부의 크롬 매각 요구를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모질라 재단은 크롬의 대표적인 대항마로 꼽히는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개발, 운영 중이며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역시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채택하고 있다. 모질라 재단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운영 예산 중 약 86%가 구글의 검색 엔진 수익 분배에서 나왔다.
재단 측은 "파이어폭스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여러 대안을 검토한 결과 가장 적합하고, 이용자들도 원하는 검색 엔진이 구글이었기에 선택한 것"이라며 "2017년 구글과의 검색 엔진 파트너십을 갱신할 때 계약이 비 독점적이라는 점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MS를 비롯한 빅테크들이 대부분 브라우저 개발 엔진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유의미한 브라우저 엔진 보유사는 구글과 애플, 모질라 뿐"이라며 "반 독점 소송에 따른 조치가 브라우저 생태계의 자금 조달 역량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법원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 법원은 내년 4월 구제 요청 심리를 거쳐 8월 안에 최종적으로 독점 문제 해결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