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역대급 판매량과 함께 고환율에 따른 수익성 향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등장이 예고되며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1~11월 현대차·제네시스·기아의 미국 내 판매량은 총 154만8333대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전체 판매량 665만6684대의 23.3%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비중이 23%를 넘은 것은 1988년(28.8%·26만1782대) 이후 처음이다. 2022년 21.5%, 2023년 22.6%로 상승하더니 올해 36년 만에 23% 고지를 밟았다. 미국 연간 판매 대수도 신기록을 세울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며 수익성에서도 큰 성장이 예고됐다.
문제는 이런 호재를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가 갑작스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뜯어고쳐 현대차그룹의 픽업트럭 미국 진출을 막았고, 미국 차의 국내 수입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이에 신행정부 출범의 리스크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는 게 완성차 업계의 중론이다.
친환경 정책 폐기와 함께 보편 관세 20% 적용 등 불리한 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당초 올해 호실적과 친환경차 전략 변경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던 현대차그룹이다.
하지만 모든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될 상황이다. 무엇보다 트럼트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취임 첫날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에 주력하며 기술력을 개발하고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준비 중이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날벼락과 같은 발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변수에 완성차 업체 간 협력을 구축하며 대응 준비를 갖추고 있는 완성차 업계지만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에서 어떤 규제가 가해질지 알 수 없는 만큼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모두가 변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