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관리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겸 회장인 이언 브레머(Ian Bremmer)는 윤석열 대통령이 몇 주 사이에 대통령직에서 축출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한·미·일 3각 동맹 체제가 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머 회장은 9일(현지 시각) 글로벌이코노믹에 보낸 이메일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투표에서 일시적으로 위기를 벗어났을지 모르나 그는 이미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도부와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 그가 며칠은 아닐지라도 몇 주 사이에 대통령직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머 회장은 세계적인 글로벌 리스크 예측 전문가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가 사라졌다는 의미에서 ‘G 제로’ 이론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2001년에는 신흥국을 대상으로 정치 리스크를 점수로 매겨 지수화한 정치 리스크 인덱스(GPRI·Global Political Risk Index)를 개발했다.
브레머 회장은 “한국은 회복력이 강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국가로 윤 대통령의 레거시 붕괴와 별개로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정치 시스템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나 지정학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끝나면 향후 3~4개월 사이에 한국에서 새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것이고, 중도 좌파 성향의 야당 후보가 당선돼 통합 정부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레머 회장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한국을 이끌고 가는 지향점은 현 정부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한국 정부가 미국이나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느슨하게 할 것이고, 대북 햇볕정책을 부활시킬 것이며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선으로 한·일 양국이 협력 관계를 형성했고,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통해 3각 동맹 협력 체제를 구축했으나 이제 윤 대통령 축출과 한국에서 진보 성향 정부의 출범 예고로 한·미·일 3국 간 지정학적인 협력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브레머 회장은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임기 중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꼽았고, 한·미·일 3국 간에 10여 개 넘는 각급 정부 간 대화 채널이 가동됐으며 한·미·일 3국 협력 체제가 ‘쿼드’(Quad: 중국 견제 목적으로 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협의체)에 비견되는 지정학적 협력 기구였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3국은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윤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 간 정상회의를 계기로 매년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3국 협력 체제를 가동했다. 그러나 올해 2차 정상회의 조율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기시다 전 총리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가장 먼저 교체됐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재선을 포기했으며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 위기에 몰렸다.
브레머 회장은 “윤 대통령 축출, 허약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한·일 양국에 압박을 가하는 거래 중시 성향의 트럼프 정부 출범 예정으로 한·미·일 3국 간 새 지정학적 협력 체제의 종말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레머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선언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아브라함 협정’에 비견된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 주재로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등이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합의를 이른다.
브레머 회장은 “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 위협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언했으나 북한의 침투 위협은 없었다”면서 “그는 20% 이하의 낮은 국민적 지지 속에서 정부 각료에 대한 야당의 탄핵 압박, 자기 부인(김건희 여사)을 포함한 부정행위 조사, 예산 편성 실패 등의 사태에 직면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브레머 회장은 “윤 대통령은 스스로 모든 벽이 막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았고, 최근 3명의 대통령 중에서 2명이 감옥에 가는 사태가 발생한 국가에서 윤 대통령이 그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감옥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브레머 회장은 “한국이 신속하게 현재의 일시적인 혼란을 극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나머지 국가들은 앞으로 몇 주일 사이에 그 점(한국의 위기 극복)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