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추가 관세 방침을 밝힘에 따라 그가 북미 3국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캐나다는 멕시코를 배제한 채 미국과 별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북미 3국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다음 해인 2026년에 이 협정에 대한 첫 리뷰를 할 예정이고, 이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협정은 파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 시각) “트럼프 당선인이 USMCA에 포격을 가한 것은 이민과 펜타닐 문제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면 이 협정을 파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3국 협정의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냈고, 이는 미국에 부담을 주는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갱신하겠다는 의지를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에 알린 것”이라고 전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유무역협정 체결 상대국에 일방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 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에 추가 관세에다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관세는 특히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외국인들의 미국 침략이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월 20일 내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조치가 보복 관세를 부를 것이고,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내는 서한을 직접 낭독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하나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다른 관세가 이에 대응해 온다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가 공유하는 기업들을 위험에 빠뜨릴 때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이 미국의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는 협상 전략인지 아니면 미국과 글로벌 경제 체제의 변혁 신호탄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라고 WSJ가 짚었다. 어느 쪽이든 세계 각국 지도자, 기업인, 이코노미스트 등은 고물가·고금리 사태 속에서 벗어나려던 시점에 세계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새로운 사태에 직면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추가 관세 부과를 위협한 것은 자기가 체결했던 USMCA의 개정 또는 폐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이 협정을 이민·안보·마약 등과 연계하려고 한다.
USMCA는 트럼프 정부 1기인 2018년 11월 말 체결돼 2020년 1월 발효됐다.
1994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의 후속으로, 나프타보다 강력한 규제와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협정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북미 3국 간 상품은 관세 없이 국경을 넘나들도록 규정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에 미국의 무역적자를 키운다는 이유로 나프타를 비판하면서 재협상을 통해 이를 USMCA로 대체했다. 그는 2020년 1월 USMCA가 발효될 당시에는 "USMCA는 우리가 발효한 가장 공정하고, 가장 균형 잡혀 있으며, 가장 유익한 무역협정"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USMCA는 6년마다 협정 이행 사항을 검토하게 돼 있으며, 첫 검토 시기는 2026년이다.
캐다나는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2기 출범에 맞춰 USMCA의 틀을 벗어나 멕시코를 배제한 채 미국과 새로운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하려 한다고 WSJ가 최근 보도했다. 캐나다는 USMCA가 중국산 자동차나 부품 회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우회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멕시코는 트럼프 당선인 정부 출범에 대비해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중국산 수입 규모를 줄이려 한다. 멕시코 정부는 USMCA 규정에 맞춰 자국 기업들이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나 부품의 수입을 축소하고,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