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우선주의' 정책 부활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만 IT 기업들이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엔비디아와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 페가트론, 퀀타 컴퓨터 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 생산업체 폭스콘은 이미 텍사스, 위스콘신, 오하이오주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투자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폭스콘 회장 류 영웨이는 "새 행정부의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하다면 투자를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폭스콘은 AI 서버 관련 제품 생산을 강화할 계획이다. 류 회장은 "위스콘신과 텍사스 공장에서 AI 서버 관련 제품 생산을 늘리고, 오하이오 공장에서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주요 협력 업체 페가트론은 미국 인디애나주에 수리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페가트론 공동 CEO 존슨 덩은 "필요하다면 관세 등 정책 변화에 대응하여 생산 라인을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내 생산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객이 요구한다면 미국 생산 확대도 가능하다"며 유연한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엔비디아의 AI 서버 주요 제조업체인 퀀타 컴퓨터는 캘리포니아에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크 양 QCT 사장은 "지난 2년 동안 캘리포니아 공장의 생산 능력을 꾸준히 늘려왔으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중 무역 갈등 격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IT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폭스콘, 페가트론, 퀀타 등 주요 IT 기업들은 AI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폭스콘 류 회장은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향후 AI 서버 관련 매출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전기차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폭스콘은 내년까지 전기차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고 관련 매출 1조 대만 달러를 기록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IT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쿨 하리하란 JP 모건 아시아 태평양 기술·미디어·통신 주식 리서치 공동 책임자는 "많은 기업이 이미 인도, 동남아시아, 멕시코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했다"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만 IT 기업들이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IT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폭스콘, 페가트론, 퀀타 등 대만 IT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시설 확장 및 AI 서버 생산 강화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한국 IT 기업들에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안겨주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대만 IT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는 한국 IT 기업들에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특히, AI 서버,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대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한국 IT 기업들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기업들의 공급망에 참여하고, 미국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대만 IT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는 국내 IT 기업들에 경쟁 심화라는 도전 과제를 안겨줄 수도 있다. 특히, AI 서버,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대만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IT 기업들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미국 시장 및 고객 니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미·중 무역 갈등 격화 가능성은 한국 IT 기업들에 생산기지 다변화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중국에 집중된 생산기지를 동남아시아, 인도 등으로 다변화하여 리스크를 분산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국내 IT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R&D 투자 지원,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의 혁신 활동을 촉진하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