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의 암초 확장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항의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내부 분열을 우려해 말레이시아와의 양자 관계 악화를 피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고 7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0월 초 베트남 외교부에 남중국해 암초 확장에 대한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개입하지 않은 드문 양자 갈등 사례로, 베트남의 침묵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아세안 내부 분열을 우려해 말레이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피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로위 연구소 압둘 라흐만 야콥 연구원은 "베트남은 아세안 회원국인 말레이시아와의 양자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제관계연구소 오에이순 수석 연구원은 "베트남의 침묵은 미묘한 외교적 제스처"라며 "공식적인 답변은 아세안 회원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세안 내부의 분열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세안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 중국과의 행동강령 협상에서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이 암초 확장을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있다.
필리핀 해군의 빈센트 카일 파라다 전 분석가는 "베트남의 침묵은 그 자체로 답변"이라며 "베트남은 암초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필요에 따라 개발할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세안은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행동강령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회원국 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라흐만 야콥 연구원은 "아세안 회원국 간 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으로 중국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라다 전 분석가는 "아세안 내부 분열은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을 막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며 "필리핀처럼 역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말레이시아의 항의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한국 외교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아세안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는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 외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중국과 아세안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다.
이는 한국 외교에도 복잡성을 더한다. 한국은 베트남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아세안과의 협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베트남과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미·중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은 '균형 외교'와 '가치 외교'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베트남의 '균형 외교'는 한국 외교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서 국익을 지키면서도, 아세안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세안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세안 내부의 분열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노력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