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함에 따라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7일(현지 시각) 대표적인 승자의 하나로 주식 투자자를 꼽았다.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일제히 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의 법인세 감세 방침이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동인이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규제 완화와 공화당의 상원과 하원 다수당 싹쓸이 가능성이 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테슬라 주식 보유자도 대표적인 승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지원에 올인했고,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주가는 트럼프 승리 확정으로 15%가량 올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당선은 테슬라 주식에는 홈런”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신봉자도 승자가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그의 당선이 확정된 6일에 7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코인베이스 주가도 이날 31%가량 뛰었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패자로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이라는 데 베팅한 사람들이 명단에 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외국산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 관세 부과 등을 포함한 경제정책을 추진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게 월가의 일치된 분석이다. 보편 관세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이 오르고,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통제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단계적인 금리 인하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물가가 뛰면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 없다.
주택을 구매하려던 사람들도 패자로 분류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채권 수익률도 올라가고 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477%까지 올라 7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승리로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줄이면 모기지 금리 등이 더 오를 수 있다.
유럽 시장 투자자도 패자가 됐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유럽 국가 간 통상 마찰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이유로 내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8%로 낮췄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