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를 앞둔 불확실성으로 트레이더들이 지난달 신흥국 채권과 주식 및 통화를 내다 팔면서 위험 축소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정책을 공언하자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이에 따라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대거 발을 뺐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48억 달러 규모의 아이셰어즈 JP모건 USD 이머징 마켓 채권 ETF에서 10월에만 7억3200만 달러(약 1조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3월 이후 최대 월간 유출 규모다.
인베스코 이머징 마켓 국채 ETF에서도 지난달 총 7800만 달러(약10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오는 6~7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을 앞둔 점도 투자자들의 위험 축소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웰스파고의 브렌던 맥케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이자 외환 전략가는 최근 신흥국 부채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케나는 “시장이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연준이 빠르게 정책을 완화하지 않을 수 있고, 중국의 부양책이 압도적인 데다 적어도 지난 주말 전까지는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위험을 줄여야 하는 모멘텀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위험이 커지고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자금 유출이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JP모건체이스의 지수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대비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를 보유하기 위해 추가로 요구하는 수익률은 10월에 23bp 하락한 약 337bp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멕시코 페소화 및 중국 위안화 등도 적극적으로 매도하면서 위험 축소에 나섰다. 신흥국 주식 시장은 1월 이후 최악의 월간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에 대비한 달러 강세 베팅은 지난주 이후 해리스의 당선 가능성에도 시장이 주목하면서 일부 되돌려진 상태다.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의 아리프 조시 신흥국 채권 공동 책임자는 “완전히 뒤죽박죽인 선거에서 적극적인 통화 베팅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시장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위험을 일부 가격에 반영했는데 해리스가 승리하면 신흥시장이 구조적 강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의 우세 전망이 나온 뒤 투자자들이 베팅을 재조정 하며 이날 브라질, 폴란드 및 멕시코 통화는 큰 폭으로 반등하기도 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