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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미국의 운명의 날, '해리스 vs 트럼프' 마지막 혈투

교외 중산층·여성표 결집 노리는 해리스, 경제·이민 카드로 맹추격 트럼프, 내일 밤 승자는?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04 06: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버지니아주 세일럼에서 열린 캠페인 집회에서 승리를 다짐하는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버지니아주 세일럼에서 열린 캠페인 집회에서 승리를 다짐하는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마침내 미국 운명이 걸린 선택의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1년 넘게 이어진 치열한 선거전을 마무리하고, 내일이면 미국의 새로운 4년을 이끌어갈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각각 '민주주의 수호'와 '위대한 미국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해리스 후보는 지난 7월의 열세를 뒤집고 8~9월 우세를 점했으나, 10월 들어 트럼프 맹추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이민 문제에 유권자 불만이 고조되자,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를 '파시즘의 위협'으로 규정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막바지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제 불과 하루를 남겨 둔 가운데 해리스 캠프의 고민은 깊고 깊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경제 정책 성과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가운데, 남부 국경에서의 불법 이민자 급증 사태는 여전히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중동 사태 악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는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를 키우며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해리스는 트럼프의 재선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선거전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경제와 치안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WSJ는 "해리스가 진지한 인터뷰를 피하고 어려운 질문을 회피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행정부의 정책 성과를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경제 문제는 해리스 캠프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출범 이후 주택 중간 가격은 35% 이상 급등했고, 30년 모기지 금리는 취임 당시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6.54%를 기록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기존주택 거래는 "1995년 이후 2년 연속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으며, 높은 금리로 인해 주택시장은 "고착 상태"에 빠져있다.

특히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데이터는 트럼프 재임 기간 중 감소했던 가계 주거비 부담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50% 가까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활물가 부담은 서민층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민 정책의 실패도 해리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남부 국경에서의 불법 이민자 급증은 도시들의 재정과 공공서비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뉴욕과 시카고 등 대도시들은 이민자 수용을 위한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지역 사회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경제·이민 정책에서의 난맥상으로 해리스의 재선 전망은 최종적으로 어두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 동향은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CNN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핵심 경합 주인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트럼프를 앞서고 있으며,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여전히 접전을 벌이고 있다.

현직 행정부 소속이라는 이점과 함께, 휘발유 가격 하락, 개인 소득 증가, 3분기 2.8%의 견고한 성장률 등 최근의 경제 지표 개선이 해리스에게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 침체와 생활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미디어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주 급격한 상승 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선거 결과의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재임 시절 경제 실적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4년 전보다 지금 상황이 나아졌냐"는 그의 직설적인 질문은 특히 노동계급 유권자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NBC 뉴스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재임 시절 직무 수행에 대한 소급 승인율이 48%를 기록한 것은, 현직 바이든의 43% 지지율과 대비되며 이러한 민심의 흐름을 반영한다.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다소 앞서고 있지만, 이들 주 역시 승부를 결정짓기에는 격차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해리스 진영이 역전의 최대 변수로 주목하는 것은 여성 유권자들의 동향이다. 경제 지표와 이민 문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결집 여부가 승부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 투표율은 전체의 52%를 차지했는데, 해리스 진영은 낙태권과 보육 지원 확대를 전면에 내세워 이를 54~5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각 주에서 제정된 낙태 규제에 대한 반발과 추가 규제에 대한 우려가 여성들의 투표 참여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사전 투표 참여율에서 여성 유권자 비율이 조금 더 높은 것도 해리스에게 청신호이다.

공화당이 유권자 등록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투표 동향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0년 이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에서 민주당의 등록자 우위가 크게 감소했고, 애리조나에서는 공화당의 우위가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성별 투표 성향은 등록자 수와 다른 패턴을 보여준다. 해리스는 여성층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가 남성층에서 보이는 강세를 상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론조사 방법론의 개선도 해리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20년 선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전국 단위와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 간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조사의 정확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하며, 해리스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보이는 우세가 실제 선거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결과는 미국과 세계 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의 최후 변론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가하는 위협을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는 이민과 문화 문제에서의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며 경제 회복을 약속하고 있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대통령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통제 불가능한 이민 위기, 그리고 깊어진 사회적 분열은 시급한 해결을 요하는 과제들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의 악화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시험하는 도전이 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선거가 표면적인 대결 구도보다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가 당선되더라도 의회의 견제와 중도층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으며, 트럼프가 승리하더라도 헌법적 제약과 정치적 현실이 극단적 정책의 실현을 제한할 것이다. 결국 차기 대통령은 극단적 공약보다 실용적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D-1을 맞은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층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해리스의 반전 가능성은 이들의 투표 참여율에 달려있으며, 이는 단순한 선거 결과를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만큼 이번 대선은 미국의 정치적 성숙도를 시험하는 동시에,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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