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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어진 경고등, 35조 달러 美 부채 폭탄이 흔드는 세계 경제

내일의 선택이 가른다, 해리스-트럼프 '재정 건전화' 해법은?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04 06:32

대선 이후 미국 경제의 방향은 어디로 가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선 이후 미국 경제의 방향은 어디로 가나? 사진=로이터

미국이 사상 최대 국가부채와 이자 비용 급증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 심각한 문제가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최근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미국의 이자 지급액은 8820억 달러로, GDP 대비 3.06%를 기록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순이자 지급액은 국방비 지출을 처음으로 추월했으며, 메디케어 지출 규모도 넘어섰다. 전체 재정적자 규모는 1조8000억 달러를 웃돌며, 2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와 켄트 스메터스 교수는 “연방정부 부채, 금리, 미국 경제의 앞날 전망” 제하 보고서에서 현재 98%인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45년에는 15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부채 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명시적 또는 암묵적 채무 불이행 없이는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이나 사회보장·메디케어 등의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GDP 대비 부채 비율의 급격한 상승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심각한 경제적 함의를 지닌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5년까지 정부 재정의 대부분을 이자 상환에 할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특히, 부채 비율이 200%를 넘어설 경우, 정부는 두 가지 극단적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하나는 화폐 발행을 통한 인플레이션 유도로 실질 부채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등 핵심 복지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서민 경제 파탄과 달러화 신뢰 상실을, 후자의 경우 심각한 사회 불안과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위기가 단순히 미국 내부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전 세계적 경제 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트럼프와 해리스 등 주요 대선주자들이 오히려 세금 인하와 복지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와튼스쿨의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이는 미국 정치권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제시된 공약들은 오히려 재정적자를 더욱 키울 수밖에 없는 포퓰리즘적 정책들이다. 이는 마치 화재가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연방세금 33% 인상이나 사회보장 혜택 25% 삭감이라는 수치는 현재 상태에서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조정폭을 의미하는데, 이마저도 시간이 갈수록 더 큰 폭의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미국의 재정위기는 특히 한국과 같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한국의 대외차입 비용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키고, 이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이는 다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미국 재정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경우, 한국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GDP의 60% 수준을 보인다. 이처럼 높은 대외의존도를 보이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미국발 재정위기는 수출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전방위적 경제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제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신흥국들은 미국의 재정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시장 충격에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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