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폐기물에서 첨단 반도체 소재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에 맞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핵심 광물 허브'로 도약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호주 연방 과학 산업 연구 기구(CSIRO)는 광산 폐기물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갈륨은 고성능 칩, 게르마늄은 실리콘 성능 향상 및 태양 전지, 광섬유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시장의 90%, 게르마늄 공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갈륨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각국의 공급망 불안이 커졌다.
크리스 버논 CSIRO 수석 연구원은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많은 국가가 갈륨과 게르마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호주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세계 최대 보크사이트 생산국 중 하나로, 알루미나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서 갈륨을 추출할 수 있다. 또한, 세계 3위의 아연 수출국으로 아연 가공 잔류물에서 게르마늄을 추출할 수 있다.
버논 연구원은 "호주의 알루미나 정유소 하나만으로도 세계 갈륨 수요의 상당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폐기물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추출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큰 이익을 남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전략적 가치가 높다.
호주는 갈륨, 게르마늄 외에도 인듐, 비스무트, 안티몬, 텔루륨,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첨단 산업 육성과 공급망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호주가 폐기물에서 첨단 반도체 소재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한국 첨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호주산 갈륨, 게르마늄 확보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여 소재 수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은 호주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핵심 광물 추출 및 가공 기술을 확보하고, 첨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핵심 광물 추출 및 가공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할 수 있으며, 전문 인력 교류를 통해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호주 핵심 광물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여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소재 자립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 첨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호주와의 협력을 통해 핵심 광물 확보 및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호주의 핵심 광물 생산 및 기술 개발 동향을 주시하고 적극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