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이 채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로 최근 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하단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 암호화폐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 연설에서 그동안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게리 겐슬러 연방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고, 친 암호화폐 인사를 그 자리에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세계에서 가상자산의 수도가 되고,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될 수 있도록 계획안을 짜고 있다"면서 "(관련) 규정이 필요하지만, 그 규정은 여러분의 산업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도록 하겠다"며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이 '암호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 되겠다고 공언하는 가 하면, 9월에는 뉴욕의 한 술집인 펍키바(PubKey Bar)를 방문해 비트코인으로 치즈버거를 구매한 후 바에서 손님들에게 햄버거를 나눠주며 "이것은 크립토 버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0만∼500만달러(약 13억6700~68억36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 암호화폐 정책을 펼칠 것을 약속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탈중앙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서 대선 승리 가능성이 사상 최고치인 60.2%까지 올랐다. 또 미국 금융 및 정보 서비스 대기업 S&P 글로벌의 전 부회장이자 저명한 경제학자 폴 셰어드(Paul Sheard)는 20일(현지시각) 일본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리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비해 트럼프가 강력한 지도자"라며 "두 후보의 정책이 인플레이션 재발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지만, 이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대한 긍정적 기류가 강해지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도 꿈틀거렸다. 21일 오전 11시 기준, 비트코인은 지난 1주일간 11.54% 상승하며 7만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더리움 역시 12%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이 밖에도 바이낸스코인이 5.89%, 솔라나가 14.82%, 도지코인이 31.74%, 카르다노 6.59% 오르는 등 주요 가상자산이 상승세를 띄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X(옛 트위터)에서 활동 중인 EVM 호환 블록체인 프로젝트 모나드(Monad)의 성장 책임자 인턴(intern)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과 비트코인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X에 게재했다. 그는 '트럼프 폴리마켓 확률과 비트코인 가격(Trump Polymarket Odds and Bitcoin Price)'이라는 제목의 그래프를 공개했는데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아질수록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하고, 반대로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저조해지면 비트코인 가격도 낮아지는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다른 조사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 베팅 사이트 베트페어(Betfair)는 트럼프가 승리할 확률을 약 58%, 예측 시장 플랫폼 칼시(Kalshi)는 57%, 미국의 선거 베팅 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It)은 54%, 영국의 정치 스포츠 베팅업체 스마켓(Smarkets)가 58%로 각각 분석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