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AI)용 전력 확보와 원전 사업 부활을 위해 미국에서 7개의 ‘미니 원전’ 건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각) 구글이 미국 원전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Kairos Power)가 생산하는 전력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2030년께 생산될 500메가와트 전력 공급에 합의했다고 WSJ가 전했다.
500메가와트는 중간 규모 도시 한 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는 빅테크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한 곳에 필요한 전력과 비슷하다. 기존의 대형 원자로는 약 1000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한다.
구글과 같은 빅테크가 미니 원전 스타트업과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미국에서 상업용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의 토대가 구축될 수 있다고 WSJ가 지적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기존의 대형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건설할 수 있어 미국 원전 산업의 미래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뉴스케일이 미국 최초로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설계 인증을 받으면서 웨스팅하우스·카이로스파워 등 여러 기업이 SMR 개발에 나섰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마이클 테렐 에너지 기후 담당 선임 국장은 “탄소 배출 제로 에너지를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생산하는 게 목표이고, 청정에너지 생산 목표를 실현하려면 풍력·태양력과 리튬이온 스토리지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이로스파워는 미국에서 테라파워에 이어 4세대 원전에 착공했다. 카이로스는 테네시주에서 13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시범 용융염 원자로(MSR·Molten Salt Reactor)를 짓는다. 이 원자로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카이로스가 구글에 공급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로는 2030~2035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WSJ가 전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해 말 카이로스파워의 시험용 원자로 건설을 허가했다. 이 원자로는 용융염 원자로(MSR)다. 이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차세대 기술로, 냉각재로 물이 아니라 고온으로 녹인 액체 소금을 쓴다.
미국에선 카이로스파워 외에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세운 에너지 기업 테라파워,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출신들이 세운 소콘이 용융염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구글 등 빅테크는 원전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AI 개발이나 운용에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AI 산업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일반 데이터센터의 6배 수준 전력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서버가 수천 대 이상 모여 있는 시설이다. 이 센터는 24시간 가동되고, 이 과정에서 실내 냉각‧습도 조절이 중요해 양질의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가상자산·AI 관련 전력 소비량이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26년엔 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구글에서 검색할 때 필요한 전력은 평균 0.3와트시(Wh)지만, 생성형 AI인 챗GPT에서 검색을 하면 10배 수준인 2.9Wh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20일 컨스털레이션 에너지로부터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 원전에서 향후 20년간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스리마일 원전은 1979년 노심 용융 사건으로 2호기를 완전히 폐쇄했다. 이후 계속 가동하던 835메가와트급 규모의 1호기에 대해선 2019년 고비용 등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미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원전 업체에서 10년간 인근 데이터센터에 전력 100%를 직접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오픈AI는 SMR 기업 오클로와 함께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에 3억75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투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