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 소식에 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각) 거래에서 이틀째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재고는 580만 배럴 증가한 4억2270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로이터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200만 배럴 증가 전망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유가는 전일 거래에서 중동 지역의 확전 우려가 완화되면서 4% 넘게 급락한 바 있다. 중국이 이번 주 언론 브리핑에서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점도 유가에 하락 압력이 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73.24달러로 33센트(0.45%) 하락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76.58달러로 60센트(0.78%) 하락했다.
중동 지역의 정세가 교착 상태로 빠져든 가운데 분쟁에 따른 이란의 공급 차질 위험과 미국의 허리케인 ‘밀턴’으로 인한 공급 둔화 가능성은 유가 하락 폭을 제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산유국인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백악관이나 네타냐후 총리실은 논의된 내용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다.
스트라테가스 증권의 리안 그라빈스키 매니징 디렉터는 투자자 메모에서 “랠리가 한계를 넘어서면서 유가의 하방 위험이 높아졌다”면서 “여기서 유가가 추가로 상승하려면 지속적인 형태의 공급 중단이 발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그렇지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휴전 합의 가능성에 전일 유가가 급락한 뒤에도 이란의 석유 인프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8일 자 리서치 노트에서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산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20달러 정도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지정학적 위험을 감안해 올해 4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로 5달러 상향 조정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