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뒤 20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가 달러 대비 2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과 7월 두 차례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한 뒤 이날 정책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했다.
시장에서 널리 예상됐던 금리 동결이지만, 이후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4.50엔까지 치솟으며 9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뉴욕 시장 후반 전일 대비 0.92% 상승한 143.92엔에 호가됐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 이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및 인플레이션 추세가 일본은행의 전망에 부합한다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에다 총재는 다만 엔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이 완화되고 있어 정책을 숙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 소재 미즈호증권의 쇼키 오모리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우에다 총재가 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면서 “통화가치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발언을 통해 그가 자신의 매파적 성향을 숨겼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 시장의 기대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일부 헤지펀드들은 이날 통화옵션 시장에서 엔화 강세로 구축했던 포지션을 일부 청산했다. 블룸버그는 헤지펀드들이 연말까지 달러/엔 환율이 148~150엔까지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추가적인 엔화가치 하락에 베팅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외환 딜러들은 행사가격이 160엔인 1년짜리 디지털 옵션에 대한 수요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디지털 옵션이란 기초자산 가격이 옵션 계약 당사자 간에 정한 수준이 되면 미리 정해진 이익을 얻고,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한 가격 이하일 경우에는 이익을 상실하는 거래다.
일본 엔화는 지난 한 달 동안 일본은행 정책위원들이 상대적으로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상승 압력을 받았으나 이날 금리 동결 이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상승 기세가 한풀 꺾였다.
토론토 소재 포렉스라이브의 애덤 버튼 수석 통화 애널리스트는 “시장에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있고, 우리는 일본의 정치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