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보다 전기로 굴러가는 자동차가 많은 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등장했다.
진작부터 전기차 강국으로 널리 알려진 노르웨이가 세운 신기록이다.
내연차의 또 다른 축인 디젤차까지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휘발유차보다 전기차가 많은 나라가 나온 것 자체는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 노르웨이 교통당국 “전기차 등록건수, 사상 처음으로 휘발유차 제쳐”
18일(이하 현지시각) 워싱터포스트(WP)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은 노르웨이 도로교통정보위원회(OFV)가 전날 발표한 집계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OFV는 “16일 현재 노르웨이 전역의 차량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280만대의 등록 차량 가운데 전기차가 75만4304대인 것으로 나타나 75만3905대를 기록한 휘발유차를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밝혔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전기차가 전체 등록 차량의 26.3%, 휘발유차가 26.2%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OFV는 “디젤차는 전체의 34.8%를 기록해 여전히 1위를 차지했으나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OFV는 “전기차가 휘발유차를 앞지른 것은 10년 전 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OFV는 “이런 추세라면 전기차의 비율이 오는 2026년께 디젤차까지 앞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전기차가 등록 신차의 대부분 차지해
OFV는 전기차가 휘발유차를 처음으로 제친 배경에 대해 “새로 등록된 신차의 대부분을 전기차가 차지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OFV에 따르면 현재 노르웨이에서 새로 등록되는 신차의 90%가 전기차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다 스포츠카, 클래식카, 럭셔리카 등 자동차 애호가들이 주로 소유한 차량의 차주들이 겨울을 비롯한 오프시즌에 차량 등록을 해지시키는 경우가 흔한 것도 이같은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OFV는 설명했다.
WP는 “노르웨이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워낙 강도 높게 펼치고 있는데다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기준으로 노르웨이가 세계 4위의 부자 나라라는 점도 전기차의 급속한 보급을 이루는데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내연차에 비해 비싼 전기차의 초기 비용이 전기차의 빠른 확산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지만 노르웨이의 경우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기 때문에 이에 구애받지 않고 전기차를 선뜻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WP는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노르웨이가 당초 밝힌 내연차 퇴출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합의한 오는 2035년보다 10년 더 빠른 2025년부터 내연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나 수소차 등 탄소배출이 없는 차량의 판매만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일찍이 지난 2017년 발표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