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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최대 노동단체 팀스터, 대선 중립 선언

팀스터,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 포기…서부지역 팀스터는 해리스 지지 선언, 내홍 조짐

김현철 기자

기사입력 : 2024-09-19 10:25

숀 오브라이언 팀스터 위원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숀 오브라이언 팀스터 위원장. 사진=로이터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함께 미국 최대 노동단체에 속하는 팀스터가 오는 11월로 다가온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고 나설지가 미국 사회에서 큰 관심사였다.

워낙 박빙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막대한 규모의 회원을 두고 있는 두 노동단체의 선택이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려 40만명 이상의 현장 조합원을 둔 미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산별 노조로 미국 3대 완성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강도 높은 파업을 전개해 완승을 거둘 정도로 미국 재계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UAW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그간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고 최근 선언했다.

그러나 국제팀스터노조(IBT)의 약칭으로 UAW보다 많은 130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거느린 미국 최대 운수 및 물류노동자 이익단체인 팀스터는 입장 표명을 미뤄 미국 노동계는 물론 해리스 캠프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진영 모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입장 표명을 미룬 것 자체를 놓고 해리스 진영에서는 불안감을 느껴왔는데 팀스터가 마침내 이를 확인하는 결정을 내렸다.

과거와는 다르게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도 표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본부에서 열린 집행부 회의 뒤 발표했기 때문이다.

◇ 팀스터 집행부 “어느 후보도 지지 안 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숀 오브라이언 팀스터 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낸 성명에서 “유감스럽게도 어느 당 후보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대기업의 이익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우리의 노선에 부합하는 약속을 하지 못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지지 후보를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리스와 트럼프 후보 모두에 똑같은 약속을 요구했지만 어느 후보도 만족할 만한 약속을 내놓지 못했다는 얘기다.

NYT에 따르면 팀스터 집행부는 이날 열린 회의에서 해리스와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14명이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는 방안에 찬성했고 3명이 해리스를 지지하는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이미 예고됐던 일


팀스터의 이같은 결정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는 지적이다.

팀스터 관계자들이 지난 7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팀스터 지도부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팀스터를 이끄는 오브라이언 위원장의 행보도 예고편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1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노동계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참석해 “우리는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에게 신세를 진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민주당 후보냐, 공화당 후보냐보다 미국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후보에만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브라이언 위원장은 그러나 그 뒤 열려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결정한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불참했다.

◇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 선언 포기, 32년 만에 처음


팀스터의 이같은 결정은 팀스터의 역사 자체로 봐도 이례적일뿐 아니라 해리스 후보에게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팀스터가 그동안 대선과 관련해 보인 행보를 감안하면 팀스터의 이번 결정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팀스터는 빌 클린턴이 승리를 거둔 지난 1992년 대선 때부터 클린턴이 재선에 성공한 1996년 대선,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이 후보로 나선 2000년 대선, 존 케리 당시 상원의원이 출마한 2004년 대선, 버락 오바마가 승리한 2008년 대선,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2012년 대선, 힐러리 클린턴이 출마한 2016년 대선, 조 바이든이 대권을 거머쥔 2020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를 줄기차게 밀어줬던 32년 간의 전통이 이번에 깨진 셈이다.

그러나 해리스 캠프에서는 내색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애써 연출했다.

해리스 선거대책위원회는 팀스터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 직전에 낸 입장에서 “팀스터가 사실상 속한 미국 최대 노동단체로 팀스터보다 회원이 10배나 많은 미국노동연맹-산별노조협의회(AFL-CIO)는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팀스터는 공식적으로는 지난 2005년 AFL-CIO에서 탈퇴했으나 노선이 같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AFL-CIO의 영향권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팀스터 내홍 조짐


팀스터 집행부의 이같은 결정이 해리스 진영에 악재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 여파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팀스터 내부에서 엇갈린 입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중도를 지키겠다는 팀스터 지도부의 결정이 나온 직후 미국 서부지역에 사업장을 둔 팀스터 지부들이 해리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부지역 팀스터에서는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참석하면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열린 태도를 표명해온 오브라이언 위원장의 이례적인 행보에 대한 반발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지역 팀스터 지부들에 속한 조합원은 무려 30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팀스터 지도부에서도 향후 내홍이 불거질 것에 대한 우려 속에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캠프에서도 이들의 반발을 내심 반기고 있는 분위기다.

팀스터가 비록 전국 단위에서는 지지를 표시하지 않았으나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시애틀 등 서부지역에 소재한 대규모 항만들에서 일하는 물류 관련 노동자들이 팀스터 서부지역 지부에 속해 있고 이들이 미국 경제계는 물론 미국 정치 지형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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