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를 향한 '오일 머니'의 공세가 표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산업계와 e스포츠 분야 양면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국내 최대 행사 '지스타'에서도 전시를 예고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산하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최근 '지스타 2024' BTC(기업 대 소비자)관 부스 현황을 공개했다. 오는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 동안 열릴 이번 전시회장에는 역대 처음으로 '키디야(Qiddiya)'의 대형 부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시 내용은 소상히 공개된 바는 없으나 키디야 내의 게임·e스포츠 관련 시설에 대한 소개, 홍보와 더불어 국내 기업이나 게임 IP 보유사 등과의 네트워킹, 투자 논의 등을 목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디야는 사우디 정부가 경제 다각화 프로젝트 '비전2030' 중 관광 분야의 중핵으로 꼽히는 도시 계획 프로젝트다. 수도 리야드에서 서남쪽으로 약 45km 떨어진 사막지대에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 규모는 700억달러(약 93조원)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는 키디야를 위해 엔터 분야에 광범위하게 투자해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라파엘 나달 등 축구, 테니스를 대표하는 '레전드' 스포츠 선수들을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7 아시안컵과 2029 동계 아시안 게임, 2034 FIFA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대회도 연달아 유치했다.
올 3월에는 키디야 내에 50만㎡를 넘는 규모의 '드래곤볼 테마 파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유명 만화 '드래곤볼'을 테마로 한 공간으로 7개의 구역, 30개 이상의 어트랙션을 포함한 대규모 유원지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광범위한 투자에는 게임 분야 역시 포함된다. 올해 사우디는 총 21개 게임 종목에 걸쳐 8주 동안 'e스포츠 월드컵'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e스포츠 올림픽'도 열릴 예정이다.
최근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사우디e스포츠협회(SEF)와 전략적 파트너십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올해까지 이어가기로 한 협업을 'e스포츠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까지로 확장하기 위해 김영만 KeSPA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사우디 리야드를 직접 방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2020년도 들어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 게임사의 지분을 적극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와 넥슨에도 1조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미국 대형 모바일 게임사 스코플리, 한국 코스닥에 상장돼 있던 일본 유명 게임사 SNK 등은 아예 사우디 펀드에 인수합병(M&A)됐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